김용범 "낡은 신용평가 틀 과감히 넓혀야…언제까지 연체기록만 보나"

기사등록 2026/05/03 16:52:00 최종수정 2026/05/03 16:55:41

대출구조·신용평가·서민금융모델 개편 언급

"포용금융, 연속적 위험 대응하는 구조…끊어진 구간 잇도록 설계"

"왜 여유 있는 사람은 낮은 금리 누리고, 절박한 사람은 비싼 돈 써야 하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4.2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중·저신용층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은행의 대출 구조와 신용평가 체계, 서민금융 모델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 3편에서 포용금융의 해법에 대해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 구조를 바꾸고 끊어진 구간을 다시 잇게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 구조적 단절이 존재한다고 진단하며 "복지와 공적 서민금융이 그 틈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멈춰버린 금융의 엔진을 다시 돌리게 만드는 건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때서야 은행은 움직일 것"이라며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낡은 신용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며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고 물었다. 그는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을 향해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며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닌 모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서민금융기관이 '서로 아는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해 '유동적인 노동'과 '분산된 소득'이라는 현실과 간극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존 기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유인을 설계하거나,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현재의 한국 금융을 고신용자들만 안온하게 머무는 '거대한 성채'에 비유했다. 그는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城底十里)'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다. 이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성벽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제도 금융이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이것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이 같은 '금융의 구조' 시리즈를 연재하며 현행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비판했다. 특히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현 금융 구조의 모순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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