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9개월 전 선례 유지…"늘어나 9389자 육박"
반대 4명…"전산상 구현 가능 한자면 허용해야"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청구인 김모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44조 3항 등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 중 5명 의견으로 기각,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23년 2월 출생한 딸의 이름의 가운뎃글자를 인명용 한자가 아닌 '예쁠 래(婡)'로 신고했는데, 주민센터는 이를 한글 '래'로만 기록했다.
이에 김씨는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쓰게 하고, 그 범위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 '인명용 한자' 제도를 두고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법령으로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자녀에게 아름답고 뜻깊은 이름을 지어주려는 자신의 자유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 2016년 7월 같은 조문을 문제 삼았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 중 6명의 의견으로 기각했는데, 이번에도 결론을 유지하기로 했다.
헌재가 앞선 결정례를 바꾸거나 위헌 결정을 선고하려면 최소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헌재는 "한자는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라며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보완신고 절차를 통해 추가된 인명용 한자를 등록하는 구제 수단도 존재하고,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한자로 자녀 이름을 지어 사적 용도로 쓸 수 있다"면서 "자녀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봤다.
이어 "한자 이름의 신분 식별 기능이 현저히 약화하고 국민의 문자생활 전반에서 한자의 비중과 중요도가 현격히 낮아진 시대적 변화는 한자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 함께 적을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면서도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가족관계등록부의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를 제한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거나 없어졌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법정의견에 반대하는 '위헌' 의견은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 4명이 제시했다.
이들 4명은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를 결정하고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행정업무 체계가 대부분 전산화되어 전자문서가 보편화됐다"며 "자형과 음가 정보가 확정돼 전산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한자라면 이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름에 쓸 수 있게 하며 기준이나 범위를 확정하는 위원회를 두는 등 범위를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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