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 있지만 관광객엔 안내 없어
설치됐다 철거됐다…행궁동 쓰레기통의 수난
[수원=뉴시스]우은식 기자, 염지윤 인턴기자 = 수원 행궁동에는 카페, 산책로, 소품 가게, 옷 가게 등 즐길 거리가 많지만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쓰레기통이다.
커피숍 거리로 유명한 ‘행리단길’을 지난달 29일 가봤다. 평일 낮임에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행궁동 광장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손에도 플라스틱 커피 컵이 들려 있었다.
야구를 보러 가기 전에 행궁동에 들렀다는 이들은 "쓰레기통을 찾아 헤맨 지 5분째인데 화장실에도 없더라. 일단 차에 두고 야구장에서 버려야 할 것 같다"며 "공공 쓰레기통이 없는 건 정말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5년 전까지 수원에 살다가 오랜만에 행궁동을 찾았다는 정모 씨는 “쓰레기통을 못 찾아서 15분을 넘게 행궁동을 걸었다. 분명 커피 컵 모양의 쓰레기통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라졌다"며 "안내센터에 가서 쓰레기통의 위치를 물어봤지만 행궁동 내에 쓰레기통은 없으니 집으로 가져가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양념이 묻은 포장지라 가방에 넣을 수도 없다며 난감한 표정이었다.
행궁동 내에 쓰레기를 버릴 장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자원순환역'이라는 분리수거장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공식적으로 주민 전용이다.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행궁동 내에는 쓰레기통이 없어 보통 집으로 가져가거나 알아서 처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 "분리수거장이 있지만 주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버리라고 홍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반 쓰레기 배출시 종량제 봉투 사용이 필수이지만 쓰레기통 앞에는 투명 비닐이 걸려 있었다. 관광객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안내는 없는 상황이었다.
행궁동 자영업자 A씨는 "평일에는 관광객이 적어 괜찮지만 주말에는 쓰레기 문제가 정말 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외부 쓰레기를 가게 안에 버리고 가고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후 6시쯤 되자 길거리에 보이는 쓰레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상인들이 점포 앞에 내놓은 분리수거 쓰레기 위로 플라스틱 컵들이 쌓였고, 사람들이 앉아 있던 벤치에는 쓰레기가 남았다.
2021년 수원시는 주민들의 참여로 커피 컵 모양의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음료수 컵 배출 용도로 행궁동 내에 7개가 설치됐다. 2024년 초 관리 소홀을 이유로 청테이프로 쓰레기 투입구를 막았고 이후 쓰레기통은 철거됐다.
공공 쓰레기통 운영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다.
음료수 컵 무단 배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서울 성동구 성수는 2025년 컵 모양의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노점들이 즐비한 명동은 상인들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상인들이 관광객들의 쓰레기를 받아 대신 버려주도록 한 것이다.
2025년 가로 쓰레기통 확대 설치를 발표한 성남시는 현재까지 1377개의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설치 장소는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입구, 건널목 주변 등이다.
가정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주택가에 설치하는 쓰레기통은 투입구 크기를 작게 설계했다. 2025년 기준 고양시 116개, 군포시는 23개의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현재 수원시에는 가로 쓰레기통이 단 한 개도 없다.
행궁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구청 기동반과 생활안전과 기동반이 쓰레기를 추가로 수거하며 행궁동 관리를 하고 있다"며 "시가 쓰레기통 시범 설치를 검토하면서 쓰레기통 위치를 어디로 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했지만 쓰레기통 근처의 상인들은 환경 문제를 겪을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4년 초까지 행궁동에는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분리수거 없이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상가나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쓰레기통이 사라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원시 청소자원과에 따르면 하반기에 행궁동에 쓰레기통을 시범 설치해 운영한 뒤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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