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리점에게 판촉비 전가 시 과징금' 소급 적용에 "합헌"

기사등록 2026/04/29 19:58:09 최종수정 2026/04/29 20:06:24

8대 1 의견으로 합헌…한샘 과징금 소송 위헌제청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소급진정입법 예외적 허용"

공급업자 피해보다 대리점 구제 필요성 크다고 봐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물품 공급업체가 대리점에게 대가를 강요한 경우 과징금을 물리는 법 조항을 법률 제정 이전의 행위에도 적용한 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4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관들과 자리해 있다. 2026.04.2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물품 공급업체가 대리점에게 대가를 강요한 경우 과징금을 물리는 법 조항을 법률 제정 이전의 행위에도 적용한 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서울고법 재판부가 제청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부칙 2조 본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9명 중 8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리점을 상대로 금전·물품·용역 등 '경제상 이익'을 강요한 공급업체를 상대로 과징금을 물리고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게 한 대리점법 7조 등을 '법 시행 당시 체결된 계약에도 적용한다'고 정한 부칙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가구업체인 주식회사 한샘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심리하던 서울고법 재판부가 2020년 12월 제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11월 한샘을 상대로 대리점법에서 금한 경제상 이익 강요를 했다며 11억56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을 물리고 시정조치를 명했다.

한샘이 지난 2015년 1월~2017년 10월 KB(부엌 및 욕실 가구·Kitchen&Bath) 전시매장에서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입점한 대리점들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한샘은 이에 불복해 2019년 12월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의 전속관할인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직권으로 헌재의 판단을 구했다.

공정위가 한샘을 상대로 적용한 대리점법은 지난 2015년 12월 처음 제정돼 이듬해 12월 시행됐다.

당시 대리점법 부칙 2조는 '시행 후 체결된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정해져 있었는데, 지난 2017년 10월 법이 개정돼 '법 시행 당시 체결된 계약에도 적용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리점 계약은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10년까지 그 기간이 천차만별로, 법 시행 이후에도 불공정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개정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한샘을 상대로 대리점법 시행 후인 2016년 12월 23일부터 2017년 10월까지 빚어진 행위엔 대리점법을 적용하고, 그 이전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각 적용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4.29. photo@newsis.com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런 결과를 낳은 개정 대리점법 부칙은 '진정소급입법'인데다 위헌이라고 봤다.

헌법 13조 2항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만큼, 이미 종료된 법률관계(한샘-대리점 간 계약)에 대해서도 한샘에게 보다 불리한 신법을 소급해 적용한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문제된 법 조문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진정소급입법은 맞지만, 심히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있어 입법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중대한 공익적 사유의 존재가 인정된다"며 "소급으로 문제된 기간은 약 10개월에 불과하며, (과거 적용되던) 옛 공정거래법에 비해 실체적 요건과 제재조치 면에서 공급업자에게 불리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대리점들을 구제하는 입법 취지의 공익성과 소급 적용에 따른 공급업자들의 피해를 견줬을 때, 공익성이 더 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과징금의 기준은 대리점법에서 '위반 금액'으로 정한 반면,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을 잣대로 정하게 돼 있는 점도 고려했다. 매출액으로 과징금을 정하면 시장이나 상품 범위에 따라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위반 금액으로 정하면 부당이득만 환수되는 것이다.

다만 김복형 재판관은 홀로 법정의견과 반대되는 '위헌' 의견을 내놨다. 그는 대리점법 부칙 개정 취지를 두고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예외로 할 만큼 심히 중대한 공익적 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대리점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조항까지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행 대리점법은 공급업자가 대리점을 상대로 경제상 이익을 강요한 경우, 대리점에 입힌 손해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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