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발행 '딸깍 도서'…"AI 출판 표시제 도입해야"

기사등록 2026/04/29 17:43:26

한국출판인회의 긴급 포럼 개최

박정인 교수 "'딸깍 출판' 대응하는 표시제·신뢰보호 장치 필요"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 투명성 의무 조항 단계별 구성 제안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출판인회의가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긴급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를 개최했다. 2026.04.29. excusem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집필한 '딸깍 출판'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출판계가 머리를 맞대어 향후 대응 전략과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긴급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를 개최했다. AI의 대두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는 출판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월 AI 기본법 시행에 따라 제31조 '투명성 확보 의무' 조항으로 창작물에 AI를 활용한 경우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삽입하게 됐다. 1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법을 위반했을 때 과태료 3000만원을 내야한다.

이날 포럼에서는 출판계는 AI가 활용된 도서에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기조발제 'AI 시대 출판 생태계의 재편과 정책적 과제'에서 "'딸깍 출판'에 대응하는 표시제와 신뢰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I 기본법상 표시 의무는 생성형 AI 서비를 제공·운영하는 AI 사업자는 적용되지만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창작하는 이용사업자는 예외다.

박 교수는 "이 상태로는 출판시장에서 '사람이 책임 편집한 책'과 'AI가 거의 전부 만든 책'이 뒤섞일 가능성이 크다"며 "출판 분야에서는 별도로 AI 활용 출판물 표시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출판사 개별이 아닌 출판사가 서로 협력 구조를 구축해 하나의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박 교수는 "(출판사는) AI 시대에는 책을 만드는 회사에서 권리와 신뢰를 관리하는 회사로 바꿔야 한다"며 "경쟁력은 선별, 검증, 편집, 브랜드 신뢰, 권리 관리에 있어  신뢰 가능한 지식 패키지를 설계하는 회사로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사 클레이하우스 대표 윤성훈 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은 AI 투명성 확보 의무 조항을 3단계로 구분해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1단계는 AI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인간의 저작물, 2단계 AI 생성 저작물이되 인간 저자의 통제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출판물, 3단계는 '딸깍 도서'로 분류했다.

윤 대표는 "AI 사용 금지는 시대착오적이고, 저자와 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출판사는 창작물의 AI 활용을 검증하는 주체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출판인회의가 29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긴급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를 개최했다. 2026.04.29. excuseme@newsis.com

AI 출판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한 납본 반려 수치도 발표됐다. 2024~2025년 납본 반려 전자책은 1만1651건이다.

납본 제도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은 모든 서적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에 의무적으로 제출해 국가문헌으로 영구 보존·제공하는 제도다. 출판사는 서적 출간 후 30일 이내 도서관에 2부를 제출해야 하고, 도서관은 해당 출판사에 한 권의 값을 지불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상 구조를 노려 AI 출판 서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박주옥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관리부장은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대량 제작된 '딸깍 도서' 확산은 출판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창작의 본질적 가치와 지식 유통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러한 무분별한 생산물에 대해서도 보상과 보존의 의무를 지고 있어 공공 예산의 낭비와 국가 지식자료의 질적 저하, 관리 효율 저하라는 구조적 모순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출판인회의 회장으로 선출된 홍영완 윌북 대표는 AI 출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만 2000종 수준의 신간 출간이 20~30만 종으로 불어날 것이란 예상수치를 언급하며 확고한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 방안 모색을 약속했다.

홍 회장은 "출판인회의 제14대 집행진은 취임과 동시에 'AI 기술이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를 시작했다"며 "AI·정책·법률 분야 전문가들이 8월까지 유통, 저작권, LLM 학습, 정책 방향의 변화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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