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 통해 전통 보자기 포장 기법 실습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 공예품 관람까지
국가유산진흥원 "축전 참여자·만족도↑"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이토록 귀한 정성을 어찌 날 것 그대로 보낼 수 있겠느냐."
관객 참여형 상황극에서 왕비가 회임한 세자빈에게 건넬 축원물에 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옆에 선 상궁이 "비단 보자기가 있사옵니다"라며 "왕실에서 보자기는 단순히 물건을 감싸는 천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축복을 봉하는 마음의 그릇이라 하였나이다"라고 설명했다.
29일 조선 왕실 가족의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창경궁에서 '2026년 제12회 봄 궁중문화축전'의 신규 프로그램 '왕비의 취향'을 먼저 체험하는 팸투어가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상황극과 체험·전시 관람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보물 창경궁 통명전은 창경궁 내전의 으뜸전각으로 왕비의 침전이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주로 왕대비의 생활공간으로 쓰였던 곳이다.
상황극을 통해 참여자들은 통명전에서 과거 궁중 여성의 장식·포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왕비 역을 맡은 배우가 "모나고 단단한 물건도 그 안에서는 부드럽게 감싸이는 것. 그것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우리 왕실의 법도"라며 "그대들의 손끝으로 정성껏 감싸보시오"라고 청했다.
양정은 호호당 대표가 강사로 나서 보자기 포장에 관해 설명했다.
양 대표는 "보자기 포장이 어렵고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음을 전하는 게 먼저"라며 "눈을 감고 선물을 전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따뜻한 무엇이 생기는 데 그게 보자기 포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조선시대 보자기의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고 가방이자 가구 역할도 했다며 보자기가 가진 유연함을 강조했다.
상황극이 이뤄진 곳 양옆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 있었다. 또 자수·금박·옥 등 궁궐 여성 장식 문화와 관련한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하루 2회 총 2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복을 입고 온 양혜리(28)씨는 "궁궐을 자주 놀러 오는데 이렇게 실제로 중전마마를 뵙고 상황극을 보는 경험은 처음이라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느낌"이라며 "보자기에 정갈한 마음을 담는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아나 페레르(35)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정말 멋진 경험"이라며 "조선시대 사람들이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포장에도 마음을 담는다는 게 신기했다"며 "어머니에게 선물을 건네고 싶다"고 했다.
이 외에도 신규 프로그램 '영춘헌, 봄의 서재'가 준비됐다. 정조의 독서 공간이자 집무실이었던 창경궁 영춘헌 전각에서 신청자들이 업무나 독서를 하며 차를 마시고 향낭을 만드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이다.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 참여자수는 ▲2022년 24만8614명 ▲2023년 26만2547명 ▲2024년 67만9972명 ▲2025년 83만7967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참여자 만족도 역시 2022년 91.22점에서 지난해 95.20점으로 지속 상승했다.
지난해 봄, 가을 축전 기간에 궁 방문객 수는 139만4879명(봄 69만8558명, 가을 69만6321명)이었다. 축전팀은 올해 165만명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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