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계 글로벌 투자은행 ING, 스냅 보고서
"항공료·여행비·물류비 등 이미 상승세 보여"
"수입물가·생산자물가 등 파이프라인 물가 올라"
"AI 투자 확대로 칩플레이션 우려도 커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수입·생산자물가발 비용 부담과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까지 겹친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28일 네덜란드계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지난 23일 발표한 스냅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최소 0.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100)이었는데, 이보다 0.7% 이상 상승할 경우 4월 지수는 최소 119.63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가상승률로 따지면 전년 동월(116.38) 대비 약 2.8% 상승하는 셈이다.
만약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2024년 4월(2.9%)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ING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는 일정 기간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그러나 항공료, 여행비, 물류비 등 다른 물가는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등 이른바 '파이프라인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유류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해왔다.
실제 이런 정책 효과로 3월 한 달 동안 국제유가가 50% 이상 급등했음에도 국내 석유류 가격은 9.9%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로, 미국(3.3%), 영국(3.3%), 독일(2.8%) 등 주요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항공료, 여행비, 물류비 등 서비스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점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ING는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2.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을 웃돌았다. 특히 개인서비스는 3.2% 올라 2월(3.5%)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파이프라인 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에 추가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ING는 분석했다. 파이프라인 물가는 앞단(원자재·중간재)에서 오른 가격이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흐름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상승률(잠정)은 전월 대비 1.6%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3년1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또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수입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원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4%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로는 16.1% 올라 1998년 1월(17.8%) 이후 가장 높았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에 더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도 새로운 물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ING는 경고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로 관련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휴대전화, 노트북,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NG는 "에너지 충격의 부정적 영향은 주로 올해 2~3분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과 AI 투자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다른 주요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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