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토킹 범죄 폭증에도 강력범죄 '사각지대' 여전

기사등록 2026/04/27 08:51:46

스토킹 범죄 4년새 60건→1076건으로 급증

가해자 전자발찌·구금할 수 있지만 저조

"경찰,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그래픽. (뉴시스DB)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A(25)씨는 여자 친구와 지난해 7월 헤어진 뒤 스토킹범으로 돌변했다. 이틀간 100통에 달하는 문자와 전화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심지어 전 연인의 일터에 찾아가기까지 했다. 경찰이 A씨에게 내린 연락을 하지 말라는 긴급 조치는 무용지물이었다.

#B(43)씨는 걸핏하면 애인에게 손찌검을 했다. 지난해 9월 관계를 정리하자는 상대방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 연인은 경찰에 B씨를 스토킹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B씨 역시 자신에게 내려진 긴급 조치를 어기며 연락을 지속했다.

몇 년 새 부산에서의 스토킹 범죄가 급증했지만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인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접근 차단에 빈틈이 메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강력범죄로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이 시행된 뒤 부산에서의 관련 범죄가 급증했다.

시행 첫 해 부산의 스토킹 사건은 60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 667건으로 10배 이상 올랐다. 법 시행 이후 범죄 분류가 명확해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3년에는 681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4년 878건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무려 1076건으로 집계, 네 자릿수를 넘었다.

경찰이 가해자를 대상으로 신청하는 긴급조치도 늘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은 가해자에 대해 임시적인 잠정조치(1~4호)를 복수로 신청할 수 있다. ▲1호 서면경고 ▲2호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 통화·문자 등 통신 접근 금지 ▲3호의2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4호 구금으로 구성된다. 인용 결정은 법원이 내린다.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2021년 69건, 2022년 505건, 2023년 689건, 2024년 843건의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법원의 인용률은 평균 85% 수준이다.

매해 가장 많이 신청된 건 2호와 3호다. 강도가 센 조치로 볼 수 있는 3호의2와 4호는 신청 자체가 저조했다.

2024년 잠정조치로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는 단 1명이었다. 같은 해 구금된 사람은 18명에 그쳤다. 경찰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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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찰들은 이러한 문제를 알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부산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신병 확보가 되지 않아 스토킹범의 얼굴도 모른 채 현장 관리를 나가기 일쑤"라며 "사실상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마음먹고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를 더 보호하기보다 가해자를 막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전자발찌나 유치장에 가두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가해자의 인권 문제나 경찰 여건이 걸림돌이 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김훈의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 논의가 뒤늦게나마 본격화했다. 경찰청은 법원과 검찰,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잠정조치 결정률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재범 위험이 큰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 구속영장 발부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다만 제도와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효성 확보 과제는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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