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황금종려상 수상자만 2명에, 칸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만 10명이 넘는다. 베를린과 베네치아에서 최고상을 받은 연출가는 3명,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수상자만 5명이다. 1949년생 노장 감독이 있고, 손자뻘인 1991년생 신성도 있다.
영화 '호프'로 칸 경쟁부문에 처음 이름 올렸고, '곡성'(2016) 이후 10년만에 칸에 입성한 나홍진 감독은 거장이란 말이 흔해져버리는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이들과 말 그대로 경쟁해야 한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간 칸 경쟁부문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한국영화에 이른바 'K'의 명성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호프'가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가 않다.
◇황금종려상 경력자들
먼저 이 두 사람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안 문쥬. 이들은 한 마디로 칸의 총아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2004년엔 남우주연상('아무도 모른다' 야기라 유야), 2013년엔 심사위원상('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22년엔 또 남우주연상('브로커' 송강호), 2023년엔 각본상('괴물')을 받았을 정도로 칸이 편애하는 예술가다. 올해 그가 가져온 작품은 '상자 속의 양'. 아들을 잃은 부부가 아들과 똑같이 생긴 휴머노이드를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의 작품 세계 핵심인 가족을 이제 인공지능로봇으로까지 확장한다.
고레에다 감독보다 수상 경력은 적지만 문쥬 감독 역시 화려한 트로피 수집 내역을 보여준다. 그는 2007년 '4개월, 3주…그리고 2일' 황금종려상을 차지했고, 2012년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신의 소녀들' 크리스티나 플루터), 2016년 감독상('엘리자의 내일')을 받은 적이 있다. 루마니아 사회문제를 직격하며 유럽 사회 전체를 향한 근심을 드러내온 문쥬 감독은 이번에도 노르웨이에 사는 루마니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피오르드'로 칸을 찾는다.
◇여지 없고 이론 없는 거장들
황금종려상을 받진 못했지만 세계 최고라는 말에 이견이 없을 영화예술가도 여럿 포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스카 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아시가르 파르하디, 페드로 알모도바르, 하마구체 류스케다.
이란 거장 아시가르 파르하디는 황금종려상만 못 받았을 뿐 사실상 감독으로서 모든 걸 이룬 연출가. 압바스 카이로스타미에 이어 이란 영화 상징이자 얼굴로 불리는 그는 2021년 칸에서 '어떤 영웅'으로 심사위원대상, 2017년 '세일즈맨'으로 각본상을 받았다. 2011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베를린에서 황금곰상을 차지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세일즈맨'은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이 상을 2회 이상 받은 감독은 파르하디 감독과 페데리코 펠리디, 비토리오 데 시카 3명 뿐이다. 신작 '페러렐 테일'은 한 작가가 새 소설 영감을 찾기 위해 이웃들을 엿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파르하디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도덕 딜레마와 윤리 충돌을 다루는 거로 알려졌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 중 최고령인 1949년생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파르하디 감독이 이란에서 그런 것처럼 스페인 영화를 상징하는 인물. 칸에선 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감독상, 2006년 '귀향'으로 각본상을 차지했다. 2024년엔 '룸 넥스트 도어'로 베네치아 황금사자상을 받아 70대 후반 나이에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증명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번에 칸에 가져온 영화는 'Amarga Navidad'로 번역하면 '쓰디쓴 크리스마스' 정도가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가족의 오래된 상처와 숨겨진 감정이 다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사랑·욕망·상처·연대로 상징되는 알모도바르 감독 특유의 세계가 이번 작품에서도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르하디·알모도바르와 비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지만 언젠가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될 젊은 거장도 있다.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감독은 2021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이듬해 오스카를 거머쥐며 일본영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는 2021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에서 은곰상을, 2023년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베네치아에서 은사장을 손에 넣으며 3대 영화제에서 모두 트로피를 들어올린 경력을 갖고 있다. 신작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는 하마구치 감독의 첫 번째 외국어영화다. 프랑스 파리 교외 요양원 원장과 일본인 연극 연출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3년 '이다'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2018년 '콜드 워'로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신작 '파더랜드'도 관객을 만난다. 2015년 '사울의 아들'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고 이듬해 이 작품으로 오스카도 손에 넣은 라슬로 네메스 감독이 새 영화 '물랑'을 선보인다.
◇역시 관객을 설레게 하는
앞서 언급한 이들만큼 화려한 수상 경력은 없지만 그들 못지 않은 기대감을 주는 연출가들도 있다. 우선 벨기에 뤼카 돈트 감독을 얘기해야 한다.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들 중 최연소인 1991년생 돈트 감독은 데뷔하자마자 칸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18년 데뷔작 '걸'이 칸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두 번째 영화 '클로즈'는 2022년 경쟁부문에 입성해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 새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카워드'. 전장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피에르가 후방에서 프란시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애드 아스트라' '잃어버린 도시 Z' '이민자' '투 러버스' 등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그레이 감독 새 영화 '페이퍼 타이거'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스칼릿 조핸슨, 애덤 드라이버, 마일스 텔러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아메리칸드림을 좇다가 범죄조직에 얽혀 들어간 두 형제가 주인공이다. 앞서 경쟁부문에 6차례 초청 받고도 단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한 그레이 감독이 7번째 도전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보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이밖에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등과 함께 일본영화 뉴제너레이션으로 불리는 후카다 코지 감독의 '나기 노트', 2023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 시나리오를 쓴 아르튀르 아라리 감독의 '언노운'도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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