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독, 개인 자제력 탓?…정부 '알고리즘 빗장'부터 채울까

기사등록 2026/04/25 10:00:00 최종수정 2026/04/25 10:05:46

KISDI, 방미통위 연구용역 보고서…'시스템적 예방'으로 정책 대전환

호주 '16세 미만 금지' 등 글로벌 추세 발맞춰…'설계 책임' 법제화 추진

"금지만 하면 뚫는다" 청소년 목소리 반영…연령별 차별적 규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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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정부가 아동·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의 칼날을 '콘텐츠'에서 '시스템 설계'로 옮겨잡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앱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중독을 예방하도록 플랫폼 기업에 책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5일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방미통위)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으로부터 제출받은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호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간 정부 규제는 주로 부적절한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콘텐츠 중심'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플랫폼이 이용자를 더 오래 머물게 하려고 만든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맞춤형 알고리즘 등 '시스템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현재의 법령만으로는 플랫폼의 설계 자체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제적 추세에 맞춰 플랫폼 기업에 시스템적 위험 관리 의무와 설계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제·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안 지키면 '벌금 523억'…글로벌 '안전 설계' 열풍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안전 설계(Safety by Design)'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호주다. 호주는 지난 2024년 말 '소셜미디어 최소연령법(SMMA)'을 통과시키고 16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했다. 플랫폼 기업이 이를 막기 위한 기술적 연령 보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23억 원)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의 온라인안전법 역시 기업이 서비스 초기 단계부터 아동에게 미칠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방지할 설계를 도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 정부 부처의 아동·청소년 보호 업무는 법령에 명시된 사후적 관리와 지원에 묶여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플랫폼의 설계 자체를 규제하거나 사전에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령의 해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예방적 규제 장치를 도입하려면 플랫폼의 시스템적 위험 관리 의무와 설계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의 전면적인 제정 또는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금지는 역효과"…연령 기준 정립이 관건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보호 대상'의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현재 청소년 SNS 과의존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7건의 법안만 봐도 기준이 14세, 16세, 19세 미만으로 제각각이다.

보고서는 ▲개인정보보호법(14세) ▲과거 셧다운제(16세) ▲청소년보호법(19세) 등 기존 법령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사자들의 청소년들의 생각도 변수다. 지난 2월 열린 간담회에서 청소년들은 "무조건 금지만 하면 어떻게든 우회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잘 쓸 수 있게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방미통위는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국회 간담회에서 청소년 SNS 과의존 문제를 개인의 자제력이나 교육 부족 문제 보다는 사업자의 서비스 설계 문제로 보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연령대별로 단계적이면서도 차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며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의원입법 수정·보완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정책연구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의 관련 규제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정책 환경에 적합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 것이며 방미통위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향후 SNS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은 물론 보호대상자이자 스스로 권리주체이기도 한 청소년 지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청소년·학부모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지속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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