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패→관계 단절→은둔' 악순환…53만 청년, 평생 고립 우려[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⑥]

기사등록 2026/05/06 07:00:00

청년 5.2% '은둔 상태'…2년 새 두 배 급증

구직 42개월 넘기면 은둔 확률 50% 넘어

사회적 비용 연 5.3조…1인당 983만 손실

"방치하면 평생 고립"…조기 개입 필요성

[서울=뉴시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2부:사회서 고립된 은둔청년>

김호진(가명·30대)씨의 하루는 방 안에서 시작해 방 안으로 끝난다.

코로나19 이후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던 그는 어느 순간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재취업의 의지도 사라졌다. 온라인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활 리듬은 무너졌고,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방임의 기억까지 겹치며 고립은 깊어졌다.

유혜원(34)씨의 은둔도 길어졌다. 공무원 시험 낙방이 반복되면서 불안 증상이 심해졌고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졌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생활이 이어진 지 7년, 그는 "어디서도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와 단절된 '은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고 대인관계까지 끊기면서 일상에서 이탈하는 청년들이 증가해 은둔 청년 지원 등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또 청년 은둔이 평생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회적 연결을 복원하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청년 은둔화의 결정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9~34세 청년의 5.2%에 해당하는 약 53만8000명이 은둔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약 24만4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은둔 청년은 임신·출산·장애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집이나 방 등 제한된 공간에 머물며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 1주일간 경제활동이 없고, 1개월 내 구직이나 학업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단순 미취업 상태를 뜻하는 '니트(NEET)'와 달리, 인간관계와 지지체계까지 붕괴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집단을 분리하기보다 고용 취약성과 사회적 고립이 중첩된 상태로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은둔 원인 1위 취업 실패…실업 장기화 '관계 단절→은둔' 악순환
[서울=뉴시스] 방안에 갇힌 53만 '은둔청년'.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청년 은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취업 문제'가 꼽힌다. 2022년과 2024년 모두 은둔 이유 1위는 취업 문제로 각각 35.0%, 32.8%를 차지했다. 취업 외 요인으로는 인간관계 어려움(11.1%), 학업 중단(9.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위험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구직 1개월 시점의 은둔 확률은 15.1%지만 14개월이면 24.1%, 42개월에는 50.1%까지 치솟는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무너지고, 이는 다시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관계 단절은 구직 기회를 좁히고 결국 '쉬었음→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은둔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만 보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은둔은 특정 심리나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조건이 결합된 결과"라며 "일을 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그 경로가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립·은둔 청년의 핵심 문제는 '관계의 붕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고 타인과의 유의미한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정의된다.

이들은 삶의 만족도에서도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2021년 기준 '매우 불만족' 응답 비율은 17.2%로, 비고립 청년(4.7%)의 약 세 배에 달했다.

교육 수준과 소득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고졸 이하 비율은 고립 청년이 28.9%로 비고립 청년(16.5%) 보다 높았고, 소득이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 역시 32.8%로 비고립 청년(16.9%)의 두 배 수준이었다.

◆"청년기 은둔, 평생 고립으로"…사회적 비용 연 5조 이상

문제는 은둔이 장기화될수록 회복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관계 형성 능력은 경험을 통해 유지·발달되기 때문에 고립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적 소통과 사회 적응이 더 힘들어진다. 이는 다시 고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역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부산시 조사에서는 현재 은둔자의 52.4%, 과거 경험자의 73.9%가 20대에 처음 은둔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기에 형성된 고립은 중장년·노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다. 은둔 청년으로 인한 연간 비용은 약 5조2870억원, 1인당 약 983만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전담 지원사업 비용은 1인당 약 342만원 수준으로, 조기 개입 시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원 정책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정서 회복을 시작으로 관계 형성, 사회활동 참여, 노동시장 복귀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은둔은 완치의 개념이 아니라 경험을 수용하고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고립의 시대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쉬었음→고립→은둔' 전 단계에 걸친 촘촘한 지원과 지역 기반까지 접근성을 높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eate@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