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획-연결이 생명이다⑪]
신간 '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출간
청년 우울·고립 키우는 구조적 불안 진단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 벗어나고 싶은 것"
"SNS가 관계 되레 망쳐…외로움만 더 깊어져"
"함께 버틸 힘 나누는게 자살 예방의 출발점"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청소년과 청년층의 우울·고립·자살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성진 스님은 삶을 놓지 않게 붙드는 힘으로 '마음의 닻'을 강조했다.
최근 신간 '버티는 시간을 위하여'를 펴낸 성진 스님은 서울 종로구 도반HC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불안과 갈등의 시대를 견디는 힘, 그리고 자살 예방을 위해 사회가 갖춰야 할 시선과 안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님은 지금 시대가 개인의 마음을 끊임없이 흔드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세계적 갈등과 국내의 편 가르기, 경쟁과 불안이 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면서 많은 사람이 쉽게 지치고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버틴다'는 건 수동적 상태가 아니다"라며 "방향을 정하고 나아갈 때 부는 맞바람 속에서 서 있는 시간이 '버티는 시간'" 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자살 문제 역시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담과 코칭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과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삶을 포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절박함에 내몰린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그 방법에서 오류가 생긴 거죠. 삶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삶을 해치는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스님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번뇌와 고통을 '구조적 우울'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개인의 취약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이 우울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초경쟁 환경, 수면 부족, 미래에 대한 압박, 관계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환경도 문제로 짚었다. 타인의 관계와 일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비교와 소외감,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연결돼 있어 보여도 내면의 외로움은 오히려 깊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실제로는 친구가 있지만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불안이 큰 겁니다. 이 불확실성이 우울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스님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 자신을 붙들고 다시 방향을 세우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이 자신이 말하는 '마음의 닻'이자 '버티는 힘'이라고 했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빨리 움직이면 뒤처진다는 착각을 해요. 그때 필요한 건 속도를 맞추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간격을 만드는 겁니다. 생각의 간격, 인식의 간격이 생기면 그 자체가 '버티는 힘'이 됩니다."
성진 스님은 청소년기부터 감정을 다루고 관계의 상처를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업 성취만을 좇는 경쟁으로는 삶의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수학 문제 푸는 법은 배우지만, 관계에서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다"며 "산을 오르며 체력을 기르듯, 청소년들이 타인 시선, 성적에 따른 부모 반응 등에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를 자비롭게 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펴낸 '버티는 시간을 위하여'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5년간 교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은 이 책에는 불안과 갈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흔들리는 마음을 붙드는 방법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성진 스님은 현재 동국대에서 상담 코칭을 공부하며 자살 위기 개입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청소년부터 노인, 소방관·경찰 등 특수 직군이 겪는 마음의 고충과 대응 방안을 담은 새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성진 스님은 "삶이 흔들릴수록 더 빨리 달리려 하기보다, 잠시 멈춰 자신을 붙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곁을 지키고 함께 버틸 힘을 나누는 일, 그것이 자살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 '함께家' 프로젝트는
뉴시스는 자살·고립·저출산 문제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생명존중 공익 캠페인 '함께家'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절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함께 가자는 뜻을 담아, 예방과 돌봄의 안전망을 넓히고자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