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명목상 지도자"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모든 결정 내려"
"전쟁 승리 자신감…봉쇄·회담 모두 결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버지와 달리 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의 의사결정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강경파 장군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최고지도자에 선출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도, 목소리를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이란 전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출신으로 모즈타바를 잘 아는 이란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모즈타바가 마치 이사회 의장처럼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즈타바가 "그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조언과 지침에 크게 의존하며, 그들이 집단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린다"며 "장군들이 바로 이사회 구성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성직자 협의회에 의해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는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군이 그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던 아버지의 관저를 폭격한 이후 은신 중이다. 아버지, 아내, 아들이 모두 숨졌다.
현재 그에 대한 접근은 극히 어렵다. 그는 공습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의료진에 주로 둘러싸여 있다.
이란의 고위 당국자들이 모즈타바의 방문을 꺼린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추적해 모즈타바를 살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때문이다.
모즈타바는 중상을 입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명료하고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그의 건강 상태를 아는 이란 고위 당국자 4명이 밝혔다.
◆의료진에 둘러싸인 모즈타바
한쪽 다리를 3차례 수술했으며 의족을 기다리고 있다. 한쪽 손도 수술을 받았으며 서서히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 얼굴과 입술에 심한 화상을 입어 말하기가 어려운 상태이며 결국 성형수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란 당국자들이 밝혔다.
모즈타바가 동영상이나 음성 메시지를 녹화하지 않은 것은 첫 공개 발언에서 취약하게 보이거나 힘없이 들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당국자들이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 게시되고 국영 텔레비전에서 낭독된 서면 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그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수기로 작성해 봉인 봉투에 넣어 여러 명의 전령이 전달한다. 전령들은 고속도로와 이면도로를 오가며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번갈아 타고 모즈타바의 은신처에 도달한다. 모즈타바의 지침도 같은 방식으로 되돌아온다.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 부상, 그리고 그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모즈타바는 의사결정을 장군들에게 위임하고 있다.
개혁파 세력과 강경파 세력 모두 여전히 정치적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즈타바가 십대 시절 이란-이라크 전쟁에 자원입대해 함께 성장한 장군들과의 유대가 긴밀해 장군들이 지배적 세력이 됐다고 밝힌다.
영국 채텀하우스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모즈타바는 아직 완전한 지휘권이나 통제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며 "그는 형식적으로는 결재를 하거나 의사결정 구조의 일부다. 하지만 지금은 기정사실화된 안건들을 받아 보는 처지"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 장군 출신으로 미국과 협상에서 대표를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TV 연설에서 미국의 핵 합의 및 평화 계획 제안과 이란의 답변이 하메네이와 공유됐으며 결정을 내릴 때 그의 견해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1979년 창설된 혁명수비대는 핵심 정치 요직 장악, 주요 산업 지분 확보, 정보 작전 지배, 이스라엘과 미국에 적대적인 중동 무장 세력과의 유대 구축을 통해 꾸준히 권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전임 하메네이 치하에서 그들은 군 최고통수권자를 겸임한 단일한 종교적 권위자로서 그의 의지에 대체로 따랐다. 하메네이가 혁명수비대에 힘을 실어 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그의 통치를 떠받치는 도구이자 기둥이 됐다.
전임 하메네이가 전쟁 첫날 사망하자 혁명수비대가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지지하면서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혁명수비대 최고사령관은 아흐마드 바히디 준장이다. 혁명수비대 강경파 전직 사령관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장군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신임 의장에 임명됐다. 야히아 라힘 사파비 사령관은 하메네이 부자의 수석 군사 보좌관을 역임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모즈타바는 명목상 지도자일 수는 있으나 아버지처럼 최고지도자는 아니다. 자신의 자리와 체제의 생존을 빚지고 있는 혁명수비대에 종속돼 있다"고 말했다.
혁명수비대 장군들은 5주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을 억제했다는 자심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전략 수립과 자원 운용에서 매번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이들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고, 전쟁 성과를 국내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압하는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선출직 대통령과 내각은 식량과 연료의 안정적 공급, 국가 기능 유지 등 국내 업무에만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고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전쟁 전 그가 주도했던 미국과 협상에서 배제됐으며 미국과 회담을 이끌 인물로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인 갈리바프를 발탁한 것도 혁명수비대였다.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 전략, 해협의 해상 교통 봉쇄 전략을 수립한 것도 혁명수비대였다.
미국과의 임시 휴전에 동의하고 비공개 외교 채널 및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승인한 것도 그들이었다.
이란의 협상 대표단에는 혁명수비대 소속 군 장성 여러 명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혁명수비대 출신인 모즈타바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와 깊은 개인적 유대 때문에 아버지와 같은 정치적, 종교적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모즈타바는 17살 때 이란-이라크 전쟁에 자원입대해 혁명수비대 하비브 대대에 배속됐다. 당시 대대원 다수가 영향력 있는 군 및 정보 요직으로 올라섰다.
모즈타바는 아버지의 관저에서 군사·정보 작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혁명수비대 장군들과의 관계를 더욱 다졌다.
하비브 대대 시절 모즈타바의 절친한 친구 중에 혁명수비대 전직 정보국장인 성직자 호세인 타에브, 그리고 1980년대 그의 지휘관이었다가 은퇴 후 복귀한 모흐센 레자에이 장군이 있다. 갈리바프도 오랜 친구다.
모즈타바와 타에브, 갈리바프는 몇 년 동안 매주 하메네이 관저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권력의 삼각형"으로 알려지게 됐다.
모즈타바와 타에브, 갈리바프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료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병렬적 권력 구조
이란 정치는 단일 지도 체제였던 적이 없다. 여러 세력이 병렬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체제다.
이에 따라 이란 정치인들과 군 사령관들 사이에서 불일치와 분열이 항상 있었으며, 많은 경우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페제시키안과 아라그치도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 자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집단 지도 체제 아래서는 장군들이 우세하며, 현재 그들 사이에 혼란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21일로 예정된 회담을 중단시킨 것이 혁명수비대 장군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이란 해상봉쇄를 지속하는 상황이 이유였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모든 요구에 굴복하도록 강요하겠다는 글을 연달아 올리면서 이란이 굴복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미국이 이란 소속 선박 2척을 나포하면서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휴전 위반으로 판단했다.
바하디 최고사령관 등 여러 장군들이 미국의 봉쇄가 트럼프가 협상에는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담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장군들에 반대했다. 페제시키안은 정부 추산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재건을 위한 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협 봉쇄를 어느 선까지 밀어붙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표출됐으나 장군들이 이겼고,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는 휴전을 연장했지만 혁명수비대가 평화 협정 성사를 위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미국의 요구에 응할 지는 불확실하다.
이란 강경파 일부는 주류가 아니지만 어떠한 양보에도 반대하며, 이란이 계속 싸우면 이스라엘과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강경파 지지자들은 밤마다 거리 집회를 열어 깃발을 흔들고 이슬람 공화국을 위해 피를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아라그치가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고 있다고 올렸을 때, 강경파들은 그를 공격하며 협상팀이 지지자들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강경파들은 모즈타바가 협상에 동의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동영상이나 음성 메시지를 발표해야 따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갈리바프가 지난 19일 국영 TV 연설에서 모즈타바가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확언하면서 “일부에선 '우리가 미국을 박살냈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박살내지 않았다. 우리가 미국보다 더 강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