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쟁 찬성 할 수 없다…이란 정권 교체 여부 핵심 아냐"

기사등록 2026/04/24 08:09:50 최종수정 2026/04/24 09:36:24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 사망한 소년 사진 지니고 다녀

"이란 사형 집행 규탄…수태부터 자연사까지 생명 보호해야"

"각국, 이민 통제 권리 있어…性 등 문화 전쟁이 교회 지배 안 돼"

[말라보=AP] 레오 14세 교황이 2026년 4월 23일(목) 아프리카 11일간의 순방을 마치고 말라보에서 로마로 향하는 교황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04.24.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23일(현지 시간) 미국과 이란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자로서 전쟁에 찬성할 수가 없다"며 "모두가 증오와 분열이 아닌 평화의 문화에서 비롯된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지 아닌지가 핵심이 아니라며 "문제는 우리가 믿는 가치를 수많은 무고한 이들의 죽음 없이 어떻게 증진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으로 사망한 레바논 무슬림 소년의 사진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이란의 최근 사형 집행에 대해서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규탄한다. 사형제를 규탄한다"며 "인간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고, 수태부터 자연사까지 모든 사람의 생명이 존중·보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어떤 정권이나 국가가 타인의 생명을 불의하게 앗아가는 결정을 내린다면, 분명히 규탄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각 국가가 국경에서 이민을 통제할 권리가 있다며, "(통제되지 않은 이주는) 때로는 떠나온 곳보다 도착한 곳에서 더 불공평한(unjust)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국가가 자국 국경에 대한 규칙을 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묻고 싶다. 사람들이 떠나도 되지 않도록,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국가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며 "반려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교황은 독일 뮌헨 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화하고 의례화하는 일련의 지침을 제안한 것과 관련한 질의도 받았다.

그는 "교황청이 동성 커플이나 다른 예외적인 상황(irregular situations)에 있는 커플들에 대한 공식적인 축복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바티칸은 동성 커플 등에 관한 축복을 허용하면서도 공식화·의례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이 결정으로 아프리카 주교들이 대륙 차원의 시행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당시 가톨릭 내부 분열이 심각해진 바 있다. 동성애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된다.

교황은 이러한 분열 속에서 성 윤리 등 문화 전쟁이 교회 담론을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일치와 분열이 성적인 문제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의, 평등, 남녀 자유, 종교 자유 등 훨씬 중요하고 우선시돼야 할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교황은 지난 13일부터 11일간 알제리, 카메룬, 앙골라,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했다.

그는 이번 순방이 신도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목자로서 방문이었다며, "교황청은 비판, 규탄 등 거창한 선언보다 정치범 석방 등 외교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