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벤치마크 압도하는 수치"…中, 숨겨왔던 '다크 컴퓨팅' 실체

기사등록 2026/04/23 22:12:00 최종수정 2026/04/23 22:22:24

공식 기록보다 6000배 높아…美 규제 속 은밀한 인프라 확장

국가 주도 통합 컴퓨팅 그리드 구축으로 기술 패권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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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우영 인턴 기자 = 중국의 인공지능(AI) 연산 능력이 공식적인 국제 기록보다 수천 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중국의 이른바 '다크 컴퓨팅(Dark Compute)' 실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중국의 국내 AI 연산 능력이 1882엑사플롭스(Exaflops·1초에 100경번 연산)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매기는 '톱500(Top500)' 리스트에 반영된 중국의 컴퓨팅 파워보다 60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동안 중국의 슈퍼컴퓨팅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던 독일의 톱500 리스트에서 중국의 가장 빠른 시스템은 0.1엑사플롭스 미만으로 기록됐다. 미국의 '엘 캐피탄(El Capitan)' 슈퍼컴퓨터가 약 1.8엑사플롭스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수출 통제 등을 의식해 최신 슈퍼컴퓨터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톱500의 공동 설립자이자 튜링상 수상자인 잭 동가라는 "중국 기관들이 과거와 달리 최첨단 장비의 세부 사항 제출을 중단했다"며 실제로는 중국이 더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물론 MIIT의 이번 발표 수치는 AI 특화 연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일반 범용 컴퓨팅 기준인 톱500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AI용 연산은 비교적 단순한 계산 방식을 사용해 수치가 훨씬 높게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일반 표준으로 환산하더라도 중국의 연산 능력은 약 120~230엑사플롭스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여전히 공개된 벤치마크 수치를 압도하는 수치다.

장윈밍 MIIT 차관은 베이징에서 "중국은 국가와 지역, 엣지 데이터 센터 전반에 전력을 분산해 AI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할 전국적인 다층 컴퓨팅 그리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저렴하게 연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망과 데이터 센터를 동기화해 산업 성장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중국의 AI 컴퓨팅 파워는 일반 범용 연산 능력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와 인스퍼(Inspur)는 중국 AI 연산 능력의 연평균 성장률(2023~2028년)이 46%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일반 컴퓨팅 성장세의 2배가 넘는 속도다.

이러한 물량 공세는 실제 모델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주요 AI 모델 간 성능 격차는 상당 부분 해소돼 중국 시스템들이 미국 시스템과 밀접하게 경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민간 기업이 인프라 대부분을 소유하고 다양한 측정 표준을 사용하는 미국은 중국과 달리 국가 차원의 단일 AI 컴퓨팅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HAI) 등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글로벌 용량의 약 50~7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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