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자간담회…노동부 '선 긋기'에 정면 반박
"노조 여부 따질 때 아냐…원청 교섭 촉구해야"
"비정규직, 기간·횟수 아닌 일자리 기준으로 봐야"
7월 15일 총파업…'노동절' 합동 행사 참여는 '미정'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0일 조합원 사망사건이 발생한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해 "사태의 본질은 원청의 교섭 회피"라며 "고용노동부가 화물연대의 근로자성과 노동조합 여부를 부정하는 현실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화물연대 사태와 관련한 입장과 향후 투쟁 계획 등을 설명했다.
앞서 노동부는 조합원 사망사고 이후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사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에 기반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제2조 대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물차주는 통상 근로계약이 아닌 특수고용직(특고) 형태로 개인사업주 계약을 맺고 물류를 운송한다. 이들의 근로자성 여부는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는데, 노동부가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선을 그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이번 문제는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 문제라면 주무부처가 노동부일 이유도 없고 노동부 장관이 진주를 찾을 이유도 없는데, 스스로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은 이미 SPC 운송노동자의 전속성을 인정했고, 2022년 안전운임제 투쟁 당시에도 노조법상 노조가 맞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태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지위가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노조 여부를 가르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원청이 교섭에 나오도록 하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화물연대가 노동부 판단지원위원회에 사용자성을 질의하거나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데 무조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동부가 만들어놓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해서 흠결이 있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 그렇다면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노동부가 선판단해서 대책을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화물연대의 노조성 여부와 관련해서도 "특고가 근로자라는 걸 명확히 법으로 규율하고 정리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며 "현재 조항대로 화물노동자가 쟁의 조정을 위해 진정을 넣으면 100% 기각될 것이다. 이 절차를 밟으라는 건 파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법 조항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사람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본다"며 "법과 제도가 교섭과 쟁의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모호하게 마련돼 있다는 점이 현재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정의에 '근로자 추정'을 넣고 노조법이 정비돼야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간제법'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기간 연장이 해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1년 11개월 계약 등 편법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재명 정부 스스로 공약하고 국정과제에서 밝혔던 퇴직금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는 방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이 종료될 때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해법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횟수 제한 논의와 관련해서도 "A라는 업체에서 정규직이 몇 명 필요한지는 2년간 평균 종사자 수가 몇 명인지를 판단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며 "상시적인 일자리 기준으로 접근하면 간단한데 기간과 권리 중심으로 풀려다 보니 해법이 복잡해지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총 571곳에 교섭 요구 공문이 발송됐다. 이 중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한 사업장은 46곳이다.
산별로 보면 건설산업연맹은 원청 교섭대상 106곳 중 3건만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공공운수노조는 51곳 중 5건, 금속노조는 24곳 중 8건, 민주일반연맹은 183곳 중 9건, 보건의료노조는 20곳 중 2건, 서비스연맹은 택배업을 중심으로 원청 34곳 중 6건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민주노총은 올해를 '원청 교섭 쟁취 원년'으로 삼고 오는 7월 15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광복절인 8월 15일에는 '자주·평화 전국노동자대회'를, 10월 3일에는 '10월 항쟁 정신계승 2026년 전국노동자대회', 11월 7일에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26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특고·플랫폼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가능하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양 위원장은 5월 1일 노동절 기념행사 참석 여부와 관련해 "청와대와 노동부에서 참석 요청이 왔고 내용 조율이 일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최종적인 참여 판단은 하지 않았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계획이 있는데 화물연대 사태가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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