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6600억 투자 맞대응
로보택시·옵티머스 성과는 '내년 이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테슬라가 자율주행 택시·트럭·로봇과 대규모 칩 생산 시설 구축을 위해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250억 달러(약 37조원)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전략 강화의 일환으로, 기존 전망치(200억 달러, 한화로 약 29조 56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이 매우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확대될 수익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히 정당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 규모는 지난해(85억 달러)의 약 3배에 달한다.
머스크는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칩과 데이터센터에 약 6600억 달러(약 976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AI 경쟁 격화를 강조했다.
테슬라는 기존 주력 모델인 X SUV와 S 세단의 단종을 검토하는 등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신 ▲자율주행 '사이버캡' ▲전기 트럭 '세미(Sem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AI 기반 로보틱스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스페이스X와 함께 텍사스 오스틴에 칩 생산 거점인 '테라팹(Terafab)'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자율주행 차량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핵심 칩을 직접 생산해 AI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막대한 투자 부담으로 인해 향후 스페이스X와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는 이미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흡수했으며, 기업가치 1조7500억 달러 수준으로 6월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제프리스의 필립 우슈아 애널리스트는 "야심찬 투자 계획은 당분간 손실 요인을 만들 것"이라며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결국 스페이스X와의 합병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 가시화 시점은 불확실하다. 테슬라는 현재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인 로보택시 실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유의미한 매출 기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머스 역시 아직 출시되지 않았고, 생산 시점은 7~8월로 재차 연기됐다.
머스크는 "상업화 일정은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옵티머스는 내년쯤 테슬라 외부에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지난해 초 저점 이후 실적이 개선됐다. 당시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대한 소비자 반발로 판매가 위축됐고, 신모델 준비 과정에서 일부 공장이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1분기 순이익은 4억7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증가했지만, 최근 5년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매출은 16% 증가한 224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220억 달러)를 웃돌았다.
암호화폐 보유 손실과 주식보상 비용 증가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15억 달러로 56% 증가했다. 테슬라는 AI 인재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 주식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분기 자본지출은 25억 달러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 투자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SLC 매니지먼트의 덱 멀라키 전무는 "자본지출 확대는 성장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며 "투자가 늘어날수록 잉여현금을 크게 잠식해 투자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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