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이탈리아 우주의 날’ 행사서 우주 협력 논의
우주비행사 발테르 빌라데이, 민간 주도 저궤도 경제 청사진 제시
“한국의 모빌리티 기술 등 미래 우주 개척에서 핵심 역할 할 것”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은 22일 서울에서 '이탈리아 우주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양국의 우주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 기조연설은 ‘액시엄 미션 3(Axiom Mission 3)’ 임무에 조종사로 참여했던 우주비행사 발테르 빌라데이 이탈리아 공군 대령이 맡았다. 빌라데이 대령은 ISS 이후의 시대, 즉 민간이 주도하는 저궤도(LEO)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2030년대 초 ISS 퇴역…민간 정거장으로의 '세대교체' 시작
빌라데이 대령에 따르면 항공우주계는 현재 운영 중인 ISS가 오는 2030년 혹은 2032년경 퇴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ISS 퇴역 이후 발생할 저궤도 인프라의 공백을 막기 위해 '상업적 저궤도 대상지(CLD)'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이 운영하는 우주 정거장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예정이다.
대표 주자 중 하나가 미국의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다. 이탈리아는 이미 액시엄 스페이스와 전략적 협약을 맺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상업용 우주 정거장의 핵심인 첫 두 모듈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빌라데이 대령은 "새로운 우주 정거장 인프라는 민간 영역에서 제공될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오랜 우주 유산을 바탕으로 상업용 우주 정거장 건설의 주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가 우주로 향하는 이유
이번 기조연설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우주 산업의 영역 확장이다. 단순한 국가 안보나 과학 연구를 넘어, 패션과 식품 등 일상적인 상업 브랜드가 우주 기술 혁신에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빌라데이 대령은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액시엄 스페이스와 협력해 차세대 달 탐사 우주복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브랜드 마케팅을 넘어 프라다가 보유한 복합 소재와 고도화된 섬유 기술을 극한의 우주 환경에 적용하는 기술적 도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Barilla)' 역시 우주에서의 장기 체류를 대비해 조리가 간편하면서도 영양을 유지하는 '열 안정화' 파스타 기술을 선보이며 미래 우주 식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빌라데이 대령은 "우주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라며 "프라다나 바릴라와 같은 브랜드의 참여는 우주 기술이 인류의 삶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언급했다.
상업용 우주 시대의 도래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빌라데이 대령은 특히 달 탐사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2028년경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4호의 달 착륙 이후 인류의 달 상주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인프라 중 하나가 '달 위에서의 이동수단'이다. 빌라데이 대령은 "지구상에서 훌륭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으며 한국은 그중 하나"라며 한국의 강력한 모빌리티 제조 역량이 달 탐사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달에서의 위치 파악과 시간 동기화를 위한 '루나 GPS' 구축 등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한민국 우주항공청(KASA)과 이탈리아 우주청(ASI) 간의 협력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한국의 제조 경쟁력과 이탈리아의 우주 기술 유산이 결합할 경우, 상업용 우주 정거장 공급망과 달 경제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 또한 이날 행사에 참여해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관계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지난 1월 양국 정상 간 회담에서 우주가 전략적 파트너십의 핵심 축임을 재확인하고, 지난주에는 우리나라 우주청장과 이탈리아 우주청장이 만남을 가졌다”며 “한국은 이탈리아와 우주 상황 인식(SSA) 분야, 재난 관리 분야 위성 데이터 공유 등 새로운 영역의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데이 대령은 "우주는 지정학적 경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협력의 장"이라며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저궤도와 달에서 인류가 영구히 거주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