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름 붙이면 지켜주려나’…우크라, 동부 격전지 ‘도니랜드’ 개명 추진

기사등록 2026/04/22 15:30:08 최종수정 2026/04/22 16:54:23

“러 영토 요구에 美 더욱 강하게 맞서도록 설득하려는 시도”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트럼프의 허영심에 호소해야 하는 것이 현실”

[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도니랜드’로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한 돈바스의 일부 지역. 길이 약 80km, 폭 64km 가량이다.(출처: NYT) 2026.04.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한 치 양보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 지역 일부에 트럼프 이름을 붙여 개명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폴란드는 2018년 미국 군사 기지 유치를 요청할 때 ‘트럼프 요새’라고 부르겠다고 제안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동 선언에 서명하면서 ‘트럼프 루트’ 개설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2기 집권 이후 워싱턴 케네디 센터를 ‘트럼프 센터’로 바꾸는 등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을 선호했다.

NYT는 이런 것과는 달리 트럼프의 이름이 지정학적 분쟁 지역에 언급된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사례로 우크라이나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최근 몇 달간 진행된 평화 회담에서 러시아와 여전히 교전 중인 돈바스 지역의 일부를 ‘도니랜드’라고 명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돈바스’와 ‘도널드’를 합쳐 만든 이 이름은 협상에 정통한 4명의 관계자가 익명을 조건으로 얘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가 처음 그 용어를 다소 농담조로 언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영토 요구에 더욱 강하게 맞서도록 설득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NYT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투가 계속돼 인구가 줄고 황폐해진 석탄·철강 생산 지역에 디즈니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름은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미국의 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허영심에 호소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도네츠크주에서 ‘도니랜드’로 명명하려는 지역은 길이 약 80km, 폭 64km으로 동부 전선 공방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다.

우크라이나의 시도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해 협상에서는 계속 사용되고 있지만 공식 문서에 명시된 적은 없다.

우크라이나가 ‘도니랜드’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도네츠크 일부 영토에 대한 양보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도니랜드’ 예정지 인구는 약 19만 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곳은 전선과 가까워 러시아의 폭발 드론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요 고속도로에 그물망이 씌워져 있다.

이 지역 경제는 가동 중인 탄광 한 곳, 인근에 주둔하는 군인들을 위한 일부 업체 등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을 방어할 수 있으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어느 쪽도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 비무장지대 또는 자유경제구역을 형성하는 타협안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후 러시아가 해당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건 하에 중립적인 행정관이나 통치기구 설립 제안을 검토했지만 승인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경찰이나 국가방위군 병력이 비무장지대를 순찰할 수 있다면 비무장지대 설치에 동의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곳을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고 ‘도니랜드’ 등으로 명명하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일종의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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