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시든 꽃시장…"5월 대목? 손해나 안봤으면"

기사등록 2026/04/22 06:01:00 최종수정 2026/04/22 06:07:27

부자재비 및 생화↑·종량제 품귀·소비 위축

"손해만 안보면 다행…준비 물량 30~40%↓"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졸업·입학식 기간이 시작된 지난 2023년 2월 2일 서울 양재 꽃시장에서 손님들이 선물용 꽃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4.2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동네 꽃집의 '5월 대목' 기대감마저 시들고 있다. 이미 매출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자잿값 급등까지 덮치자 5월 특수는커녕 손해만 안 나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충북 증평군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김기철(52)씨는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화분, 화환 받침대, 플로랄 폼을 포함한 부자재 가격은 한 달 새 10% 넘게 상승했고 전쟁으로 운송 차질이 생기면서 생화 구매비도 뛰었다.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의 지난달 카네이션 평균 금액은 5833원으로 1년 새 6.46% 증가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생화 공급이 줄어든 데다 고환율 문제까지 겹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생화 폐기물을 처리할 종량제 봉투는 구하기 어려워졌고 불경기로 꽃집을 찾는 발길은 뜸해졌다. 김씨는 "우리 같은 소매 꽃집까지 오면 생화 가격이 더 비싸지는데 카네이션은 한 단에 1000원 이상 올랐다"며 "전쟁이 끝나도 가격이 금방 회복되는 게 아니라 더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1차 도매상에게 바로 떼오는 김씨의 가게는 매입 구조가 단순해 덜 오른 편에 속한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잇따르면서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5월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 지 오래다. 김씨는 "예전에는 5월은 무조건 돈이 남는 플러스 장사라고 생각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버이날 주문이 밀려들었는데 지금은 한 건도 없다"며 "대목인데 재고 처리 위험을 안고 장사해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대전에서 20년 넘게 꽃집을 하고 있는 홍은주(62)씨는 다음 달 주문 물량을 전년 대비 40% 이상 줄일 계획이다. 통상 비수기인 4월에는 생화 가격이 내려가는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전쟁 여파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홍씨는 "도매상에서 재고가 떨어지면 가격이 30%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며 "특히 생화는 국내 화훼 농가가 급감한 상태라 수입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화훼 재배 농가는 7079호로 10년 전(8688호)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매입가가 한 대에 2만5000원에 달하는 장미까지 등장했지만, 단골이 끊길까 봐 판매 가격 올리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홍씨는 "폐기 부담을 안고 대목 장사를 해야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임모(63)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주 거래하는 도매업자가 올해 5월은 전쟁 때문에 더 안 팔릴 것 같으니 작은 사이즈 제품으로 준비하라고 귀띔까지 해줬다.

임씨는 "옛날에는 이맘때 화훼공판장에 가면 줄 서서 계산할 정도로 바글바글했는데 요새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며 "가게에 꽃을 안 갖다 놓을 순 없으니 장사는 하고 있지만 다음 달 준비 물량은 30% 정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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