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관련 내용) 거의 다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발적인 일이라고 잘못 인정하면 용서해주려했다"
[구리=뉴시스]이호진 기자 = 지난해 10월 폭행 이후 숨진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김 감독의 부친 김상철(72) 씨가 "이 사건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발해달라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사건 수사가 잘못됐으니까 전면 재수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 당시 병원으로 바로 후송하지 않고 1시간이나 지나 병원으로 이송한 점, 수사 초기 단계에 가해자들을 인적사항만 적고 풀어줬던 점, 특수 폭행 죄목으로 집행유예형을 받은 피의자가 있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 아들과 다퉈서 맞았다고 김 감독이 진술했다고 기록돼 있다는 점 등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내용 투성이라는 것이다.
김 씨는 사건 당일 김 감독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목격자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검찰도 (관련 내용을) 거의 다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검찰 재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제 빛을 보며 작품을 준비하던 아들 김 감독의 허망한 죽음을 겪은데 이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상철 씨를 만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창민 감독님이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처음 알려지고 2주가 조금 넘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한 가정이 파괴가 됐잖아요. 몸도 마음도 참 많이 힘들었어요. 가장 큰 걱정은 혼자 남은 손자에요. 저도 70대인데 저랑 아내가 없으면 손주가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많이 되죠.”
-사고 전 김창민 감독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아들이 열심히 자기 개발을 하느라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기 개발을 많이 했어요. 영화 연출을 하다 보면 음악도 알아야 되고 사진도 알아야 되고, 뭐 여러 가지를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도 배우고 나름대로 사진은 거의 수준급에 와 있었어요. 원래 기타는 좀 했었는데 피아노를 해야 된다고 그래서 피아노도 배웠어요. 이제 조금 이름도 좀 알려지기 시작했잖아요. 지난해 7월에는 영화사도 설립해서 다섯 번째 작품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는데 그게 이제 나오지 못하게 된 거에요.”
-김창민 감독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은 언제 들으셨어요?
“그날 새벽 3시쯤 들은 거 같아요. 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식이 없었어요. 이미 코마(혼수상태) 상태였어요. 거기서 상황을 보고 지구대에서 빨리 손자 데려가라고 해서 데리러 갔어요.”
-그날 지구대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은 들으셨나요?
“아들이 술에 만취한 상태로 시비가 붙어서 다쳤다고 했어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죠. 소주 1병 놓고 반주 정도는 했을지 몰라도 그날 아침에 손주가 주간보호센터에서 하는 2박3일 설악산 캠핑을 가기로 해서 세면도구랑 옷 같은 거 다 준비해둔 상태였어요. 아침에 차로 주간보호센터까지 데려다준다고도 했는데 만취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죠.”
-당시 김 감독님이 걸어서 구급차에 탔다는 얘기도 있고, 소방 일지에는 김 감독이 경찰에 아들과 싸웠다고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저도 119 상황일지 확인해봤는데 아들이 손주랑 말다툼 끝에 손주한테 맞았다고 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정말로 적혀있었어요. 병원에 인계된 기록에도요. 그런데 경찰에는 그런 기록이 없더라고요. 경찰은 우리 아이가 구급차에 걸어서 탔다는데 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코마였는데 어떻게 애가 걸어서 구급차를 탔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인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으셨나요?
“아들이 코마 상태로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나서 매일 아침 면회를 갔다가 경찰서로 갔어요. 가서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봐도 답을 안하더라고요. 20일에 사건이 발생하고 23일에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도 그날도 수사 중이라고 기각됐다는 얘기를 안해줬어요. 나중에 기각됐다고 해서 한참 만에 검사실에 가서 '이거 잘못됐으니까 보완수사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보완수사를 하라고 하면 언제까지 날짜가 지정될 텐데 그걸 연기하고 연기하고 해서 3월 9일이 돼서야 집어넣었는데 그게 또 지체되고 3월 24일에 영장이 기각이 된거에요. 그때 이제 나라도 나서서 밝혀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건을 알리기) 시작한거죠.”
-경찰이 사건 당일 현장에서 여러 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확인하셨나요?
“수사 중이라고 일체 얘기를 안해줬어요. 그래서 우리가 (음식점 CCTV) 확보해서 기각이 되니까 검사실에 간거에요. 두 번째로 입건된 피의자는 이름도 몰랐어요. 나중에 2명으로 특정했다고 해서 보니까 그 사람이었어요. 처음부터 누구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잘못됐으니까 전면 재수사해달라고 얘기를 한거에요.”
-검찰에서 전담수사팀을 꾸려서 사건을 재조사 중인데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듣고 계신가요?
“피의자들 자택 압수수색 영장 발부해서 핸드폰 압수했다는 거는 다른 일로 수사관과 연락하면서 얘기 들었어요. 언론에도 나왔고요. 따로 안내를 받거나 그러는 거는 없고 손주는 먼저 저랑 전문가가 동석해서 조사를 했고, 저는 아직 정식으로 조사는 안 받았어요.”
-김창민 감독이 지난해 11월에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하셨다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피해 사실을 늦게 알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그때는 경찰이 수사를 한다니까 우리는 잘 하겠지하고 믿었어요. 그리고 장기기증은 저도 아들 나이 때 각막, 시신 기증 서약을 했어요, 아이(김 감독)의 장기 일부분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니까 그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장기기증협회에 물어보니까 우리나라에서 1년에 장기 기증하는 사람이 50명밖에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순수한 마음에 장기 기증하자고 했는데 그걸 또 미화시킨다고 이상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폭행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다고 일부 보도에 나온던데 들으셨나요?
"들은 얘기가 있지만 검찰 수사하는 내용이라 얘기 안할게요. 검찰에서 거의 (목격자 진술 등은) 다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해자 이씨가 언론을 통해 사과를 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원래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그랬다면 용서해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아니라 괘씸한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아이가 자폐 아이를 데리고 키우면서도 나름대로 노력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었어요. 사업자 등록증 내서 영화사도 만들었고, 엄마한테는 ‘엄마 좀 기다려라 내가 이제 성공해 가지고 뭐 좋은 집 사주고 좋은 차 사주고 할테니까’라고 위로도 하고 그랬던 아이예요.
장애인부모연대 활동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개선 노력도 했어요. 검찰에서 수사하는 내용은 제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수는 없으니 말 안 할게요. 우리 아들 사건처럼 묻혀 있는 사건이 더 있을 거예요. 부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고(故) 김창민 감독이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무리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1시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24시 식당에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김 감독은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무리와 시비가 생긴 후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얼마 후 의식불명에 빠져 결국 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조치와 부실수사에 대한 논란이 일자 경기북부경찰청은 당시 사건 수사를 맡았던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고,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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