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을 수 없는 매운맛' 평가 받던 신라면…'매운맛 시장' 개척
농심재팬, 작년 연매출 209억엔 달성…신라면 브랜드 매출 165억엔
신라면 툼바, 작년 4월 일본 진출 이후 1년 만에 日 3대 편의점 입점
[도쿄=뉴시스] 이혜원 기자 =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2015년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3대 편의점 전 점포에 입점했는데,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인 올해 이 같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신(辛)브랜드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 부사장은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전 점포에 해외라면 브랜드가 입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1000종에 가까운 신제품이 출시되는 일본 라면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주요 편의점에서 연중 상시 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건 더욱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본 편의점업계는 신제품에 대해 1개월간 주차별 판매 추이, 재구매율 등을 분석해 정식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1개월 남짓 판매 후 매대에서 빠지고 다른 신제품이 들어오는 '한시 판매'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라면이 일본 편의점업계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끈질기게 '매운맛 시장'을 개척해온 농심재팬의 뚝심이 자리하고 있다.
김대하 법인장은 "인스턴트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해서 2002년 일본 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브랜드를 정착 시키고 현지 식문화에 스며들게 하자는 전략을 유지해온 결과 현재는 신라면이 한국의 매운 맛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라면은 ▲미소(된장) ▲소유(간장) ▲시오(소금) ▲돈코츠 등 달고 짠 국물로 나뉘는 라면 카테고리에 '매운맛'을 추가했다. 현재 일본 라면 시장 전체 규모는 약 7조 원 수준인데, 매운맛 라면 시장은 그 중 약 6%를 차지한다.
김 법인장은 "맛의 카테고리가 확실한 일본 라면시장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하며 매운맛 시장을 만들었다"며 "현재 일본 라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는 매운맛 라면 시장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신라면이 너무 매워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매운맛'이라는 평가를 받아 순한 맛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선대 회장님(故 신춘호 창업주)이 '못먹는 사람에겐 안팔면 된다'고 해 우리 고유의 매운 맛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며 "일본에 없는 차별화된 맛을 계속 심다보니 일본에서도 이제야 이 맛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정보를 수집하고 수출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1981년 해외사무소 1호를 일본 도쿄에 세웠다. 1980년대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의 발상지로 제조기술, 설비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 기업을 앞서고 있었다.
이후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농심의 대일본 수출이 본격화됐다. 특히 신라면, 너구리 등 농심 고유 브랜드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때마침 일어난 일본의 매운맛 유행을 타고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농심의 전 제품이 일본 전역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편의점 채널이 가장 영향력 있는 유통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농심은 1997년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신라면을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먼저 경쟁이 가장 치열한 동경지역의 약 250개 점포를 시작으로, 이후 관동지역 2800여개 점포 등으로 취급 점포수를 확대해나갔다.
이후 1999년 신라면은 650만여개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내 유수의 편의점들이 속속 신라면 취급을 희망해 곧 일본 전역으로 공급이 확대됐다.
이후 농심은 시장확대에 매진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2019년 일본매출은 약 71억 엔을 기록하더니 2020년엔 약 94억 엔, 그리고 2021년에 약 111억 엔을 기록하며 '꿈의 100억 엔' 고지를 돌파했다.
농심재팬은 2021년 연 매출 100억 엔을 돌파한 데 이어, 연평균 17% 성장세를 유지하며 4년 만인 지난해 연 매출 209억 엔(약 2000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신라면 브랜드 매출이 165억 엔을 차지한다.
농심은 현지화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2030년까지 매출 500억 엔, 일본 인스턴트라면 업계 톱5 진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4월 일본 첫 진출 이후 203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당시 세븐일레븐에 선출시한 신라면 툼바 초도 물량 100만 개가 2주 만에 완판되면서 입소문을 탔고, 3차례 걸친 추가 물량도 연이어 완판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후 패밀리마트, 로손 등과도 올해 3월 정식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신라면 툼바가 단기간에 정식 입점을 하게 된 배경으로는 차별화된 제품력이 꼽힌다.
일본 컵라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전자레인지 조리 방식을 도입해 품질을 차별화했고, 매콤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풍미가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이 같은 시장 평가는 지난해 11월, 일본 유력 매체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하는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도 증명됐다.
김 법인장은 "통상 용기면은 봉지면의 진한 맛을 구현할 수 없는데 전자렌지를 사용해 이를 보완했고, 신라면 툼바를 맛본 세븐일레븐 바이어가 감동을 했다고 한다"며 "신라면 툼바에 대한 반응이 좋아 올해를 신라면 툼바의 해로 정하고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농심에 따르면 현재 신라면 툼바의 일본 내 누적 판매량은 1000만 개로, 지난해 브랜드 매출액은 약 10억 엔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억 엔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브랜드는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 일본의 라면 브랜드와 경쟁하는 K-라면의 대표주자"라며 "신라면 툼바가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앞으로도 차별화된 신제품과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으로 일본 내 K-라면의 위상을 더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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