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중앙회장 선거 조합원 직선제로 개편
독립 감사기구 신설 및 정부 감독권 확대 등도 핵심
현장선 "협동조합 독립성 및 자율성 훼손할 수 있어"
농민단체 내부서도 이견 표출…"직선제 도입하라"
정부·여당이 입법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농업계 전반에서 찬반이 엇갈리며 논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국회와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당정이 합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 선거 조합장 직선제→조합원 직선제 개편 ▲독립 감사기구 신설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다.
약 187만명 조합원이 1인 1표로 중앙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구조로, 2028년 3월 차기 선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무자격 조합원 정리 등 자격 관리 강화,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 퇴직자의 중앙회 및 계열사 재취업 제한 등 내부 통제 장치 마련도 병행 추진된다.
당정은 지방선거 이전인 5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심사를 서두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성급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자율성'과 '개혁 필요성' 간 충돌이다. 농협 측과 현장에서는 감독권 확대와 감사기구 신설 등이 협동조합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9~10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71명 가운데 90% 이상이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접 감독권 확대에 96.8%, 감사위원회 외부 독립기구 설치에 96.4%, 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96.1%가 반대했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닌 '자율성 침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장은 "입법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지난 9일 농협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농협 자율성 훼손 우려가 있는 입법 추진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해당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농협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방식에 반대한다"며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정부 개입이 확대될 경우 농협이 사실상 공공기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관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 설계에 따른 부작용 논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직선제로 전환될 경우 선거 비용이 기존 수천만원 수준에서 최대 수백억원 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농업인 지원 재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외부 인사의 출마 가능성이 열리면서 농협이 정치권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정치화' 우려도 함께 나온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농협의 폐쇄적 지배구조와 반복된 내부 비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외부 감시 기능 강화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농협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일정 수준의 통제와 견제는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간 농협 내부에서는 선거 비리, 인사 개입, 계열사 취업 특혜 등 각종 지배구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외부 감시 장치와 선출 방식 개선 없이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아울러 농민단체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며 갈등은 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일부 단체는 직선제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조합장들과 충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민주노총 전국협동조합본부 등 농민·노동단체들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포함한 농협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의 간선제 구조는 소수 조합장 중심의 폐쇄적 권력 구조를 고착화해 왔다"며 "직선제 도입을 통해 농민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희상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직선제는 187만 농민의 정당한 권리이자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기득권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즉각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농협이 제 역할을 했다면 농업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야 겨우 농민의 손으로 농협을 바꿀 기회가 왔다. 이것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농민 주권의 회복이고 농협을 바로 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전국협동조합본부 본부장은 "농협중앙회 특권의 구조적 해제를 위해서는 농민 스스로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농협 개혁 필요성 자체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추진 방식과 제도 설계를 둘러싼 이견이 커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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