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몰카에 서류 반출까지…정비사업 수주전 과열 우려

기사등록 2026/04/17 13:59:04 최종수정 2026/04/17 14:01:33

압구정5구역, '볼펜 몰카' 유권해석으로 시공사 선정 중단

신반포19·25차에서도 잡음…성수4지구는 입찰 무효까지

"과도한 경쟁 지양해야…사업 지연되면 결국 조합원 부담"


[서울=뉴시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사진=서울시 제공). 2023. 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최근 시공사 간 경쟁 입찰이 성사된 서울의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서 수주전 과열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압구정5구역에선 입찰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DL이앤씨 직원이 카메라가 달린 볼펜으로 서류를 무단 촬영하다 적발됐다.

당시 조합은 경쟁 입찰 유효 판단을 내렸고 관할 구청에서도 입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또 DL이앤씨가 직원 개인의 의욕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조합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해당 사안을 '공정 경쟁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DL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결국 조합은 관할 구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이에 시공사 선정 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압구정5구역과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한 신반포19·25차 재건축 사업장에선 한때 서류 반출 논란이 일었다.

입찰 마감 뒤 제안서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이앤씨 직원이 도급계약서 원본을 조합사무실 외부로 반출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다만 서류를 돌려 받아 검토한 결과 추가 문제제기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초 입찰을 마감했던 성수4지구에선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양사 모두 홍보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서울시 점검 결과 확인됐다.

이로 인해 입찰이 무효 처리되면서 조합은 지난 1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다시 내고 원점에서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단독 입찰을 통한 수의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경쟁 구도가 형성된 현장에서는 이처럼 시공사 간 갈등이 빈번하게 빚어지고 있다.

통상 복수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면 조합원 입장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안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수주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과열될 경우 법적 분쟁이나 입찰 무효 사태로 이어져 오히려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쟁은 공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사업 절차 전반을 지연시킨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금융 비용 증가와 공사비 상승 등 최종 부담은 조합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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