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만들어낸 비범함"…김선영이 읽은 '렘피카'

기사등록 2026/04/16 15:12:28 최종수정 2026/04/16 15:23:10

타마르 드 렘피카 실화 바탕으로 한 '렘피카'

김선영 "렘피카, 자유로우면서도 자유롭지 않아"

"부상에도 공연 생각만…내게도 '렘피카'는 생존"

"관객들이 답을 원할까요? 이젠 질문 던질 때"

"후배 여배우들 렘피카 원한다면 그걸로 성공"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선영(타마라 드 렘피카 역)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굉장히 복잡한 인물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안에서 오히려 비범함을 봤어요"

배우 김선영은 뮤지컬 '렘피카'의 주인공 타마라 드 렘피카를 이렇게 읽었다. 시대의 격랑 속에서 생존과 예술, 욕망과 사랑 사이를 오간 한 인간의 삶은 복잡했지만, 그가 끝내 붙잡은 것은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낸 비범함이다.

김선영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렘피카에 대해 "모순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순수한 예술의 마음만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자신을 브랜드화한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뮤지컬 '렘피카'는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불리는 렘피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켜낸 렘피카의 삶을 그린다.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후 지난달 21일 국내 초연의 막을 올렸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가 남긴 자료와 그림들을 찾아봤다는 김선영은 이번 초연이 "쉽지 앟은 여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작품은 렘피카를 미화하지 않는다"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미화를 해야 인물이 관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 사랑받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선영(타마라 드 렘피카 역)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6. pak7130@newsis.com

렘피카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 혁명으로 삶의 기반을 잃었고, 파리로 망명한 뒤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며 명성을 얻는다. 남편 타테우스와 뮤즈 라파엘라 사이에서 욕망과 사랑, 예술적 갈망으로 흔들리는 내면 역시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김선영은 "이 인물이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을 담아내려고 한다"며 "그 시대에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굉장히 자유로우면서도 또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극중 렘피카와 라파엘라의 관계는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파격에 가깝다.

"철저한 해석을 갖고 들어가지 않으면 단순히 여자가 여자에게 흥미를 느끼는 걸로 비칠 수 있어요. 단순한 욕망 만이 아니라 시대상과 맞물린 예술적 갈망이 연결되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해 이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관객에게 그 복잡함이 잘 전달된다면 오히려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렘피카의 삶 속에서 김선영이 가장 깊이 이입한 지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함'이다.

그는 "렘피카에게서 평범함을 봤다. 저 역시 30년 가까이 무대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스스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했던 사람이 다른 상황에 처하자 평범함을 거부하고, 생존을 위해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며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고 보여줬을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비범함으로 보이면 특별함이 되지 않나. 렘피카에게서 바로 그 지점을 봤고, 무대 위에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선영' 역시 자신에 대해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지금껏 무대에서 그걸 위해 살아온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6.03.26. pak7130@newsis.com

이번 작품은 그에게 렘피카와 마찬가지로 배우로서의 현실적인 생존과도 맞닿아있다.

김선영은 지난해 12월 집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팔꿈치 골절 부상을 당해 작품 참여가 무산될 뻔했다. 그는 "넘어진 순간에도 '렘피카' 생각이 났다. 공연을 못 할 거 같은데 어쩌지 싶었다"면서도 "다치기 이틀 전에 프로필을 촬영해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재활과 연습을 병행하며 결국 무대에 섰다. 실제 남편이자 극중 렘피카의 남편 타데우스를 맡은 김우형과 집 근처에 연습실을 마련해 연기 연습을 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

그는 "렘피카가 생존을 위해 가는 여정을 연기하는 의미도 있지만, 저 역시 배우로서의 생존이라는 큰 의미가 있었다"며 "이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면 재활도 더디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답보다 질문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김선영은 "예전 공연이나 예술에는 권성징악도 있고 관객에게 답을 주려는 의도가 많았다"며 "그런데 '렘피카'를 하면서 '요즘 관객들도 그런 답을 원하는지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작품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자신의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작품이 잘 완성돼 재인이 올라가고, 후배 여배우들이 렘피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어한다면 그걸로 성공 아닐까요? 공연 피날레에서는 배우 김선영으로서 개인적인 승리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뮤지컬 '렘피카'는 6월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렘피카' 주연 배우 김선영(타마라 드 렘피카 역)이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4.16.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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