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값 오르자 곳간 푼다"…각국 재정 '빨간불'

기사등록 2026/04/16 15:17:25 최종수정 2026/04/16 16:42:24

유류세 인하, 현금 지원 등으로 고유가 대응

공공 부채 우려 커져…IMF "부채, GDP 94%"

선별 지원 또는 명확한 지원 종료 시점 설정 필요

[서울/뉴시스]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수십 개국이 세금을 감면하거나, 에너지 요금을 대납하거나, 가계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비상 지출(emergency spending)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국 달러화 지폐.2026.04.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에너지 비용이 크게 오른 가운데, 각국 정부가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자금 규모가 급증하면서 이미 한계에 대다른 공공 부채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수십 개국이 세금을 감면하거나, 에너지 요금을 대납하거나, 가계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비상 지출(emergency spending) 규모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독일은 2개월간 유류세를 인하해 19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지출했고, 캐나다는 9월 초까지 휘발유·디젤·항공유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17억 달러(2조5000여억원) 규모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유류세 감면 조치를 한 달 연장해 5월 초까지 시행하기로 했으며, 약 5억9000만 달러(8680여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호주에서는 유류세 감면 조치를 확대해 약 2억8500만 달러(약 420억원)의 추가 지원을 제공하고, 그리스 정부는 저소득 운전자, 오토바이 소유주 등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유류 패스'를 포함해 3억5400만 달러(약 521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공공 부채를 우려하며 정부의 지원책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IMF는 이날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가계 지원 압박이 커지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정 정책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며, 필요한 곳에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 여력은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제한되기 시작했다. 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4%에 달하며, 2029년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견조했으나, 재정 건전성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없었다"며 "많은 국가에서 재정 적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채는 계속 증가했고, 이자 부담도 급격히 늘었다"고 평가했다.

예산 압박은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고령화 사회, 저탄소 에너지 전환 등에 대비해야 한다. 관세와 인공지능(AI)이 경제 구조를 뒤흔드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있다.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수십 개국이 세금을 감면하거나, 에너지 요금을 대납하거나, 가계에 현금을 지원하면서 비상 지출(emergency spending) 규모를 키우고 있다.(사진=뉴시스DB). 2026.04.16.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대규모 지원 사업을 위해 차입을 늘리면, 분쟁으로 인한 단기 비용이 더 큰 재정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에너지·비료·원자재 등의 공급난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경기 침체로 이어져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요구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영국, 호주, 일본을 포함한 10여 개국 재무장관은 이날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성장, 인플레이션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일시적이고 표적화된(targeted) 지원책만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지원 조치에 명확한 종료 시점이 있도록 역내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재정 상황이 빠듯하고 이자 부담이 큰 국가들은 추가 차입 없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전쟁발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곳이 늘어나 이자 부담은 이미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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