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여론전? 도마 위 오른 검찰 보완수사 성과 '공보'

기사등록 2026/04/16 16:42:09 최종수정 2026/04/16 18:54:36

지난해부터 전국 각 지검·지청 '보완·재수사' 공보 급증

미성년자 성범죄까지 자세히 공표…'2차 가해' 우려 제기

경찰 반발, 수사기관간 갈등 소지도…"숙의에 집중할 때"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검찰 보완 수사권 존폐를 포함한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선 검찰청이 보완 수사 ‘성과’를 강조한 보도자료를 잇따라 내고 있다.

보완 수사의 순기능을 집중 부각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 우려가 큰 성범죄 사례까지 서슴없이 공개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9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전후로 각 지검·지청 단위의 보완수사 우수 사례를 담은 보도자료를 수시로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광주지검과 순천지청, 목포지청이 낸 보완수사 또는 재수사 관련 자료는 6건이다. 같은 기간 전국 검찰청이 공식 배포한 보도자료 가운데 보완수사나 재수사가 포함된 자료는 총 35건에 달한다.

2018년 이후 보완 수사 관련 검찰 보도자료 게시글이 50건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개혁 입법 가시화 직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성과 사례를 적극 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완 수사 성과 공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2차 가해 우려가 큰 성범죄 사례까지 자세한 피해 내용이 공개돼 도마에 올랐다.

통상 수사기관은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인권 보호를 고려해 주요 사건이 아닌 성범죄 사건은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다. 공보가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사실 관계만 확인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 사건도 공보하고 있다.

‘보완수사로 여중생 그루밍 성범죄 및 스토킹 사범 직접 구속기소’, ‘충실한 보완수사로 여중생 대상 집단 성학대 사범 엄단’ 등 제목부터 자극적인 보도자료가 누리집에 게시되고 있다.

피해자의 연령대와 범행 일자, 수법이 담겨 피해자 특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구체적 대화 내용까지 담겨 피해자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을 범행 당시를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 광화문점에서 검찰개혁추진단 주최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6.03.16. bluesoda@newsis.com


경찰 수사 관련 일부 사실을 선택적으로 기재하거나 수사기관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는 표현도 있다.

올해 2월 광주경찰이 송치한 영상 분석 자료는 제외한 채 보강 수준의 보완수사를 새로운 증거 확보인 것처럼 표현해 일선 경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기관 간 협업으로 바로잡을 사안을 굳이 공개한다", "피의사실 공표로 경찰을 옥죄던 검찰이 한 술 더 뜬다", "수사 역량을 폄훼하는 듯한 표현도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 검찰 보도자료를 보완수사 요구 반려 사유로 거론하거나 반박성 입장 자료 배포를 검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지역 한 변호사는 "인권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검찰이 성과를 알린다는 이유 만으로, 성범죄 사건까지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 중심주의 관점에서 공보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기관 간 불필요한 감정 싸움으로 번질 경우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며 "검찰 나름대로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도 있고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무리한 아전인수나 경찰을 폄하하는 듯한 여론전보다는 숙의와 논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성범죄 관련 보도자료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익명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가해자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여러 단계 검토도 거친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관 간 갈등을 유발하려는 취지는 아닌 만큼 가급적 경찰 수사 내용을 표현할 때는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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