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불법파견 3·4차 소송…223명 중 215명 승소
포스코 지휘, 명령받으며 포스코 사업에 실질 편입
광양제철소 냉연제품 포장 업무 7명 상대 파기환송
협력업체 독립성, 전문성 등 인정된 점이 핵심 차이
상고심 심리 중 정년 지난 1명 각하 판결…파기자판
다만 광양제철소에서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맡았던 7명은 파견근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용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상고심 심리 중에 정년이 지난 근로자 1명의 경우 소송을 각하했다.
◆"포스코 지휘·감독" 근로자 215명 직접 고용 인정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6일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23명이 제기한 2건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와 사실상의 파견 계약을 맺고 법에서 정한 2년의 기한을 넘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근로자들을 '사용'해 왔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승소한 소송인단 중 8명은 포스코 본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용기간 2년이 초과한 근로자들로, 당시 법률은 본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정했다.
나머지 근로자 207명은 포스코가 고용 의사를 표시해야만 한다. 2006년 12월 파견법 개정 이후 2년의 사용기간을 넘긴 경우로, 현행법은 사용사업주에 고용의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총 5개의 협력업체에 속했다. 업체들은 ▲선박 접안과 원료 하역·운반 ▲배합원료 생산·운반·가공 ▲코일 연마·슬래브 정정 ▲롤 정비, 반입·반출, 연마 등 ▲품질 확인 등 공장 업무를 각각 맡았다.
포스코 측은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소송을 낸 근로자들의 업무가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일하도록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명령한 주체는 자신들이 아닌 각 협력업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력업체 중 일부는 포스코 본사 또는 계열사에서 분사한 회사들로, 작업 사양서나 작업 표준서 또는 기술기준에 대해 포스코가 쓰던 기존 양식을 거의 동일하게 따르거나 포스코의 적합성 점검을 받았다.
배합 원료 생산·운반·가공 업무를 맡은 한 협력업체의 경우, 업체 관리직이 포스코 측에 수시로 생산량과 배합 비율, 투입 원료 양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
또 협력업체들의 업무가 포스코 제철 공정에 밀접하게 연관되는 등 분리할 수 없는 성질이라고 봤다. 일부 협력업체가 외주를 받은 공정은 차질이 빚어지면 철강 생산 전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빚을 수 있다.
승소한 근로자들의 경우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했고 그 필수 시설을 포스코가 소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는 파견 불인정…협력업체 독자성 인정 차이
다만 대법원은 2017년 7월 제기된 이른바 '3차 소송'의 소송인단 8명 중 7명에 대해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광양제철소에서 완성된 냉연제품을 포장하는 업무를 맡았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이들을 상대로 지휘·명령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포스코 본사의 업무와 이들의 업무를 나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7명에는 파견근로자 성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승소한 근로자들의 업무와 마찬가지로, 포스코가 작업 표준서나 사양서의 작성 및 변경에 관여하거나 MES를 통해 업무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포스코가 냉연 포장 작업을 직접 수행한 적이 없던 점에 주목했다. 해당 협력업체는 1976년부터 포장 작업을 맡았으며, 1980년대 후반 자체적인 설비를 설치하고 2004년 특허까지 냈다.
대법원은 "협력업체가 포장 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관해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했다"며 "작업 표준서 등 작성 및 변경에 업체의 경험, 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됐을 소지가 크다"고 봤다.
파견근로자의 업무가 파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가 이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명령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나 업무의 성질이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에 있는지, 포스코에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쉽게 말하면 포스코를 위해 일을 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의 경우 사실상의 파견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반면 냉연 포장 작업처럼 포스코와 독립된 협력업체에 속했던 근로자는 협력업체의 지시를 받아 협력업체 사업에 종사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이와 별개로 2017년 10월 '4차 소송'을 냈던 협력업체 근로자 중 1명에 대해서는 정년이 지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게 됐다며 직권으로 각하 판결(파기자판)했다. 당초 1·2심에서 이겼으나 상고심 중인 2023년 12월 정년이 지났다.
◆3·4차 소송 패소한 포스코, 승소 직원 고용 시사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지위확인 소송은 지난 2011년부터 이어졌다.
근로자 총 933명이 모두 7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중 1·2차 소송은 지난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3·4차 소송이다.
포스코는 약 4년이 지난 올해 4월에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포스코 측은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승소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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