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가정사도 온통 거짓말…도움 준 지인 울린 8억 사기극

기사등록 2026/04/16 16:33:32 최종수정 2026/04/16 16:38:45

'박시현·김시현' 가명으로 지인 속여 8억 등쳐

경찰 수사 과정서 탄로…실형 선고로 복역 중

경찰, 6명·2억 피해 추산…여죄 수사서 늘 듯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박시현, 김시현…진짜 이름이 아니더라고요"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온 40대 여성이 지인들을 상대로 억대 사기 행각을 벌인 뒤 잠적했다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지역 한 유명 식당 종업원들로부터 식당 운영에 관여해온 A씨를 처벌해달라는 고소장과 진정서 등이 접수됐다.

종업원들은 A씨가 식당 운영난을 핑계로 임금 지급을 미루고 금전 등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적어도 2021년부터 해당 식당에서 일하며 주변인들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그는 주변에 자신의 이름을 '박시현' 또는 '김시현'이라고 소개해왔다.

자신을 전남 완도 출신 외동딸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왔다고 소개하는가 하면 어머니마저 10여년 전 숨지면서 홀로 남게 됐다고 말해왔다.

유일한 친척인 고모가 어머니의 유산을 가로채고 채무 보증까지 떠안게 해 현재 신용불량 상태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지인들은 A씨가 딱한 가정사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려는 모습을 격려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A씨와 지인들은 번번이 금전 갈등으로 관계가 멀어졌다.

A씨는 자신이 일하던 식당에 대해 '사업주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명의를 넘겨받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지인과 종업원에게 꾸준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업원들은 A씨의 말만 믿고 식당을 물려받는다고 여겼고, 지인들 또한 A씨를 식당의 실질적 업주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믿음을 악용한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주변에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는 "가게 거래처 사장의 압류를 막기 위해 급전이 필요하다. 가게를 위해 돈을 빌려달라"며 지인 B씨에게 2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종업원들에게는 중간 관리직 지위를 이용해 차용증 없이 임금을 체불하는가 하면 가게 물품대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기도 했다.

뒤늦게 차용증을 쓰면서 빚 문제는 해결되는 듯싶었지만 A씨가 차용증에 서명한 이름은 모두 거짓이었다.

변제 기한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 닿자 피해자들은 경찰에 잇따라 수사를 의뢰했다.

피해자들은 차용증에 적힌 '박시현' 또는 '김시현'이라는 이름을 토대로 고소했지만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지인들에게서 들은 인물들의 경험담을 마치 자신이 겪은 일처럼 말하며 속이기도 했다.

A씨의 정확한 신원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탄로났다. 잠적한 줄 알았던 A씨는 이미 지난달 또 다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피해자 12명은 A씨가 가로챈 현금과 귀금속이 8억여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고소인 6명 기준 피해 규모가 2억원대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죄 수사 과정에서 피해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를 사기·사문서위조 혐의로 우선 송치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