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재사용이 원인"…파키스탄 병원서 아동 300명 HIV 집단 감염

기사등록 2026/04/14 15:06:48
[서울=뉴시스] 최근 파키스탄 공공 병원에서 의료진이 주사기를 재사용해 아동 300여 명이 HIV에 집단 감염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유토이미지) 2026.04.14.

[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파키스탄 병원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등 비위생적인 의료 행위로 아동 300여 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타운사 소재 공공 병원에서 2024년 11월부터 지난 1년간 최소 331명의 아동이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조사 결과 감염 아동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HIV 음성이었다. 이는 임신이나 출산 과정에서 전염되는 수직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병원 내 오염된 주사기 재사용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BBC 취재 결과 병원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이미 사용했던 주사기를 다회용 약병(바이알)에 다시 넣어 남은 액을 추출하거나, 주사기 하나로 여러 아동에게 열 차례 이상 투약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오염된 주사기가 용기 안의 약물 전체를 바이러스 매개체로 만들면서 집단 감염을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바늘만 교체한다고 해도 주사기 몸체(실린더)에 이미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 감염을 피할 수 없다"며 상황을 지적했다. 한편 32시간의 잠입 영상에는 간호사가 맨손으로 의료 폐기물 함을 뒤지거나 의사가 소독 장갑 없이 시술하는 모습도 60차례 이상 포착됐다.

실제로 8세 소년 무함마드 아민은 HIV 확진 직후 고열에 시달리다 숨졌으며 그의 누나(10세) 또한 같은 경로로 감염돼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유족들은 일상적인 진료를 위해 방문했던 병원에서 도리어 감염 피해를 입게 된 상황에 대해 책임을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국은 작년 3월 해당 병원장을 정직 처분했으나, 취재 결과 그는 불과 몇 달 만에 인근 보건소에서 다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부임한 병원장은 잠입 영상에 대해 "조작되었거나 부임 전의 사건"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내의 과도한 주사 처방 선호 문화와 의료 소모품 부족을 이번 집단 감염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감염 예방 지침을 이미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위생 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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