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교황과 충돌하는 트럼프…이번에도 탈 없을까

기사등록 2026/04/14 10:00:16 최종수정 2026/04/14 10:05:45

2016년 대선 때 충돌 하루 만에 수습 나서

이번엔 수습 움직임 없이 오히려 비판 강화

첫 미국인 교황, 예수 묘사 이미지 파장 클 듯

강력한 지지 세력 가톨릭 유권자 이탈 가능성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하루도 안돼 내린 인공지능(AI) 합성 예수 사진.(출처: 트루스소셜) 2026.04.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에 가톨릭 신자들이 크게 기여했으나 최근 레오 14세 교황과 충돌한 일로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미 CNN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가 2024년 대통령에 당선할 당시 미국 가톨릭 신자의 55~59%를 득표해 수십 년 만에 모든 대통령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때 프란치스코 교황과 언쟁을 벌였음에도 당선했었다.

그러나 이번 레오 14세와 충돌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며 그 파장이 더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밤 교황을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도 형편없는" 인물이라며 레오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오가 "교황으로서 정신을 차리고, 상식을 발휘하며, 급진 좌파에 영합하는 것을 멈추고, 정치인이 아닌 훌륭한 교황이 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레오가 가톨릭교회를 해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로버트 배런 주교는 트럼프의 게시물이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며 "교황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을 병자를 고치는 그리스도 같은 인물로 묘사한 인공지능 생성으로 보이는 가짜 이미지를 올리며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러자 기사단 인터내셔널(Knights Templar International)을 포함해 트럼프를 지지했던 단체들이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뒤에 게시물을 삭제했고 13일에는 자신을 의사로 묘사한 것으로 착각했었다고 변명했다.

트럼프는 2016년 초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프란체스코 교황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 국경을 방문할 예정인 것을 두고 트럼프는 멕시코가 교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의 국경 장벽 설치 계획을 비판하자 "수치스러운 발언“이라면서 이슬람국가(ISIS)가 교황청을 공격할 경우 교황이 트럼프가 대통령이기를 바랄 것이라고 비꼬았다.

당시 트럼프는 교황과 충돌했음에도 공화당 후보에 당선된 데 이어 대통령에도 당선했다.

그러나 2016년과 올해는 다르다.

2016년 언쟁이 트럼프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트럼프가 곧바로 언쟁을 수습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한 다음 날 그를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 올리면서 장벽 건설에 대한 교황의 발언이 과장됐고 자신에 대한 비판이 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트럼프로서는 매우 이례적 행보였다.

이번에도 논란이 된 예수 미디어 이미지를 삭제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물러설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레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더 적극적으로 트럼프에 맞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에 비해 레오 교황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과 전쟁 모두를 반복적이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레오 교황은 13일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복음을 계속 전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13일 레오 교황을 거듭 비판하면서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레오 교황이 틀린 말을 했다. 그는 이란에 관한 내 행동에 매우 반대했다"며 "교황이 범죄와 다른 것들에 매우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공개적으로 나섰다. 나는 레오 교황에게 응답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신성모독적인 게시물도 지난 번 갈등 때와는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한 행위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 다른 기독교인들에게도 선을 넘는 행위다.

이 게시물은 폴라 화이트 목사가 1주일 전 백악관 행사에서 트럼프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한 뒤 올린 것이다.

특히 교황이 최초의 미국인 출신이라는 점도 트럼프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미국인들이 자연스러운 미국 영어로 발언하는 교황을 각별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교황은 미국인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여름 갤럽 여론조사에서 전국적 인물 14명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인물로 꼽혔다. 또 지난달 NBC 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5대 1의 비율로 교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트럼프는 최근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 있다.

지난 10년 동안 트럼프 지지자들이 거의 이탈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교황과 갈등이 트럼프의지지 기반을 크게 흔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조금이라도 잃을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지난 1월까지도 다른 지지자들보다 더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사태가 트럼프 지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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