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 이견에 21시간 협상 무산
가전 수익성 악화·해운 억류 장기화
車 판매 타격·항공유 급등 '적신호'
[서울=뉴시스] 신항섭 류인선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및 물류 불안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 관리도 한층 긴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평화 협상은 이란 협상단이 미국의 합의 조건인 '이란 핵 포기 확약'을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 결렬로 지난 7일 시작된 2주간 휴전의 지속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고유가 지속, 물류 비용 상승 등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2분기부터 수익성 우려 확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전자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는 특히 해상 운임 변화에 민감하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은 부피가 커서 운송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즉, TV와 가전 등 완제품은 사업 구조상 물류비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황이 하반기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분기 실적 둔화를 염두에 두며 비상 경영 기조를 실행하고 있다.
◆해운업계 "갇힌 선원·선박 어쩌나"
한국 해운업계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로 인해 2주 휴전 내에 한국 선박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선박은 총 26척, 선원은 173명이다.
이와 함께 '테헤란 톨게이트'라고 불리는 통행료 역시 이슈다.
이란 측은 최대 200만 달러(30억원)의 통행료 징수와 일일 10척 안팎의 통행량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조선 선사를 중심으로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며 "선원들의 무사 귀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내 끝나야 4만대인데"…車 판매 타격 현실로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우려해 온 판매 타격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중동 사태가 지속되면 1차적으로 차량에 대한 수요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대형 차량의 수요가 소형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10일 열린 '기아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비슷한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경영진은 중동 전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3개월 이내 종료된다는 시나리오라면 중동 지역에서 약 4만대 정도의 판매 손실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사태가 그 이상 장기화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협상 결렬로 인한 불확실성 지속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라며 "지금의 높은 유가가 지속된다면 국민 전체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공유 다시 오를까"…항공업계 생존 적신호
미국과 이란이 핵 포기를 두고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원유 수급 불안정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가와 연동된 항공유 가격 인상도 열려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400센트를 초과하면서, 국내 항공사의 사업계획상 항공유 예상값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노선 차질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공역 제한으로 5월31일까지 인천~두바이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발 옌지, 하얼빈, 창춘, 프놈펜 노선을 감편하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비운항을 통해 비인기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서는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의 여파가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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