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안 내면 통행 없다"…美 제재 비웃는 이란, 11조 비트코인 경제

기사등록 2026/04/10 11:05:34 최종수정 2026/04/10 12:02:25

혁명수비대(, 비트코인 채굴 위해 국가 전력 자원 동원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이날 오전 8시15분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25% 오른 1억940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3%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이날 새벽 1억1000만원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달러 기준으로는 7만5000달러선 돌파가 눈앞이다. 같은 시각 비트코인은 7만46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26.03.1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통행료를 가상화폐로 지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강력한 금융 제재망을 피해 원유 수출 대금을 확보하고 자금을 은닉하려는 노골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연합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이 자금을 추적이나 압류가 불가능한 가상화폐로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가상화폐 생태계는 제재와 화폐 가치 하락 속에서 급성장해 지난해 약 78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이 자금을 무기 구매와 물자 조달, 비자금 축적에 활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는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국가 전력 자원을 동원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 활동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케이트린 마틴 선임 분석가는 "포괄적 제재를 받는 국가에서 가상화폐는 국경 간 거래를 정산하는 데 매우 유용하고 빠르다"고 분석했다. 이란 중앙은행 역시 가상화폐를 국제 무역 결제와 자국 화폐 가치 방어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5억 700만 달러 이상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저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전제로 2주간의 휴전을 선언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2700 달러까지 치솟았다. 9일 오후 현재 비트코인은 7만2128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해운 업계가 짧은 마감 시한 내에 대규모 가상화폐를 조달해 송금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운영상 장애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란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노비텍스에서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자금 유출이 700% 급증하는 등 정세 불안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도 이란의 가상화폐망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혁명수비대의 자금 거래를 도운 영국 등록 거래소 2곳을 제재하는 등 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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