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테러 단체와 달리 연계 느슨한 반파시즘 운동
미국 내 반 트럼프 세력 수사하려는 움직임인 듯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정부가 외국 정부들에게 안티파(antifa; 반파시즘) 운동 관련자들과 극좌 테러리즘에 맞서 싸울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미 정부의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국내 반대자들을 해외 테러 단체로 지정된 안티파 세력과 연계해 처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NYT는 안티파는 단일 조직이 아니며 반파시즘 이념을 내세우는 단체들이 느슨하게 연계된 운동 형태로 명확한 회원 자력이나 위계 구조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파 극단주의자들은 미국에서 152건의 테러 공격으로 112명을 살해했다. 같은 기간 좌파 극단주의자들은 35건의 공격으로 13명을 살해했으며, 이슬람 지하디스트의 공격으로 82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이란 전쟁으로 고조된 테러 위협을 논의하기 위해 서방 고위 당국자들이 모였다.
◆이란 전쟁 테러 위험 논의에서 거론
이 자리에 참석한 모니카 제이콥슨 미 국무부 대테러국 책임자가 유럽, 캐나다, 호주의 대화 상대들에게 극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제이콥슨은 사전 발언 준비본에서 서방 정부들이 "안티파와 극좌 테러리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테러와의 전쟁" 이후 대테러 활동의 진화로 규정했다.
그는 극좌 테러리즘을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반자본주의자, "환경 극단주의자" 및 "기타 자칭 반파시즘 이념"을 가진 이들의 위협을 포함하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했다.
그는 또 "그들의 행동을 단순한 시위나 범죄가 아닌 정치적 테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극좌 운동이 미국 시민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는 증거를 거의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대테러 기구로 하여금 안티파 같은 극좌 운동을 겨누도록 만들고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첫 조치로 그리스 2개, 독일, 1개, 이탈리아 1개의 유럽 좌파 단체 4곳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단체들 중 지난 10년 동안 미국인을 대상으로 공격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없다. 10년 동안 미국인 공격 모의를 한 점은 테러 조직 지정의 기준이 돼 왔다.
국무부는 또 안티파 테러조직 지정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해 다음달 외국 사법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워크숍 참가 초청 대상에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의 당국자들이 포함돼 있다.
국무부는 오는 7월 워싱턴에서 외국 정부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정상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백악관이 주도
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세바스찬 고르카 대테러 수석 국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외국의 극좌 단체들을 더 많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외국 정부들이 이들을 수사하도록 압박하면서 이들과 미국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왔다.
고르카는 미 당국자들에게 “고독한 늑대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인들과 해외 좌파 극단주의자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도록 촉구해왔다.
이에 따라 전현직 미 당국자들이 경악하고 있다. 트럼프 국내 반대자들을 테러 지원 혐의로 처벌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로 의심하는 것이다.
이들은 미 정부가 극좌 극단주의를 정의하면서 유달리 광범위하게 범위를 넓힌 것을 지목하면서 수사관들이 폭력 이력이 없는 미국인들을 해외 인사들과의 느슨한 연관성을 근거로 추적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 정부는 또 미 정부 기관들이 자원과 관심을 집중하는 지침인 국가정보우선순위체계에 안티파를 표적 목록에 추가했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같은 기존 테러 조직들이 포함된 이 목록에 안티파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국 반응 미온적
한편 미국의 극좌단체 수사 압박에 대한 해외 각국 정부의 반응이 국무부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스 한 고위 당국자는 미 국무부가 테러 단체로 지정한 그리스의 조직 2곳이 소규모이며 활동도 활발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미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테러 조직 지정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할리스 크리소호이디스 그리스 대테러 담장 장관은 지난해 11월 언론에 안티파는 테러 단체가 아닌 활동가들이며 테러활동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일 당국자들도 국무부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안티파 오스트(Antifa Ost, '동부 안티파'라는 뜻)"라는 단체가 소규모의 느슨한 조직의 단체로 현재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 단체 일부 구성원들이 헝가리에서 극우 시위자들을 망치로 공격했다고 언급했으나 독일은 이 단체의 주모자들과 폭력적 구성원들이 이미 유죄를 받았거나 구금중이라고 밝혔다.
안티파 오스트의 테러 단체 지정을 기뻐한 독일 단체도 있다. 바로 독일 정보기관이 극우 단체로 분류한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다. 이들은 국무부의 테러 조직 지정을 자신들이 요구했다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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