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FIU에 1심 승소 이유는…"제도 공백 속 고의·중과실 인정 어려워"

기사등록 2026/04/09 15:41:32 최종수정 2026/04/09 18:28:25

법원 "명확한 기준 없는 제재 부당"…빗썸 소송·네이버 합병에도 영향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수백억원 상당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두나무는 "업비트에서 이날 새벽 4시42분쯤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자산 일부(약 445억원 상당)가 내부에서 지정하지 않은 지갑 주소(알 수 없는 외부 지갑)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추가적인 비정상 이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산을 모두 안전한 콜드월렛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2025.11.2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9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시장 질서 확립을 이유로 폭넓은 해석을 적용해 온 반면, 법원은 명확한 기준 없이 책임을 확대하는 데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100만원 미만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를 둘러싼 제재 적정성을 두고 맞붙은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제도 공백'이 존재하는 영역까지 사업자 책임을 확장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두나무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유사 제재 사건은 물론 규제 정비 과정에서도 이번 판결이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영업정지에 대표문책…1년 만의 결과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이날 열린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청구' 선고에서 원고인 두나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두나무 측의 고의성 및 중대한 과실 인정 여부였다. 단순 위반을 넘어 제재를 정당화할 수준의 책임이 있었는 지를 두고 판단이 이뤄졌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100만원 미만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에 대해 명확한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해당 처분을 정당한 제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이 지난해 2월 부과한 3개월간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2월 FIU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을 이유로 두나무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FIU는 두나무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 19곳과 총 4만4948건의 거래를 중개했다며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 고객확인 의무, 고위험 거래 제한 등 내부통제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FIU는 3개월 영업 일부정지뿐 아니라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및 보고책임자 면직 등의 처분을 통보했다. 이후 두나무는 해당 조치가 사실관계와 법리에 모두 맞지 않는다며 처분 취소를 요구해왔다.

◆재판부…사업자 대응 완벽하다 할수 없지만 고의·중과실 인정 어려워

두나무는 대응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확약서 징구 등 조치를 시행했고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솔루션을 도입해 이상 거래 탐지에도 나섰다는 설명이다. 특히 법적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영역에서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FIU는 두나무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DAXA는 일부 사업자만 참여한 협의체에 불과해 업계 전체 기준으로 보기 어렵고 체이널리시스 역시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내부 통제 의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거래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 관리 미흡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법원은 이 같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뒤 두나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도상 한계에 주목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미신고 사업자와의 100만원 미만 거래를 일률적으로 차단해야 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나무 측의 조치가 미신고 사업자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에 충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두나무 측이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해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점은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해당 조치가 사후적으로 볼 때 충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FIU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제재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빗썸 소송에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 커…네이버 합병 변수 하나 제거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규제의 기준 설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빗코 사례에서 법원이 1·2심 모두 FIU 제재를 인정하지 않은 전례가 있었지만 업비트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제재 사건과 규제 정비 과정에서 사실상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파장은 빗썸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빗썸은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하고 행정법원에 FIU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두나무는 현재 네이버와의 합병을 준비 중으로 이번 승소로 규제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협상 환경이 한층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만약 반대로 패소했다면 두나무는 '관리 책임이 강화된 핵심 플레이어'로 규정되며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네이버와 합병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을 키우던 변수 하나가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과에 대해 두나무 측은 "당사는 규제를 준수하고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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