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고대 한국인 복잡한 친족관계 네트워크 규명

기사등록 2026/04/09 10:34:50

[경산=뉴시스] 박준 기자 = 영남대학교가 인골 기반 고유전체 연구를 통해 고대 한국인의 복잡한 친족관계 네트워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남대 박물관 김대욱 학예연구원, 세종대 우은진 교수, 서울대 정충원 교수 연구팀을 비롯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가 참여해 국제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삼국시대 대표적 고고학 유적인 경북 경산시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에서 출토된 고대 한국인들의 인골을 분석해 신라시대 지역 풍습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사람의 뼈와 치아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보존 상태에 따라 DNA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오래된 고유전체(Ancient genome)는 과거 사람들의 이동성과 크기, 친족 및 결혼 풍습 등 많은 정보들을 제공해 준다.

연구팀은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의 44개 무덤에서 출토된 78명의 고대인 유골로부터 DNA를 추출해 생물학적 친족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경산시에 살았던 과거 한국인들이 근친혼과 족내혼을 행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고학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라의 경우 삼국사기와 같은 역사 문헌을 통해 왕실 내 근친혼의 사례가 잘 알려져 있으나 이를 유전학적으로 증명한 사례는 전무하다. 신라시대 지방에서 족내혼과 근친혼이 흔히 행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역사적, 학술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성과다.

기존 검증할 수 없었던 순장자들의 친족 관계도 새롭게 발견했다. 한 무덤에 묻힌 순장자들이 부모-자식 혹은 형제 관계로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임당동·조영동 고총군에서는 특정한 주인을 위해 일가족을 함께 순장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무덤의 주인과 순장자들 간에는 친족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무덤 주인과 순장자 간에 가까운 친족 관계가 흔치 않음을 통해 매장 신분에 따른 친족 구조의 분절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고고학 연구에서 제기된 예측을 뒷받침한다. 기존 연구에서 인근에 조성된 무덤의 주인들은 서로 부부일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실제 연접분 주인 간 부부 관계를 가계도 복원을 통해 확인했다.

이는 다른 고총군에서 확인되는 연접분 역시 부부의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대욱 학예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고유전체 연구성과가 보고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반도 내 친족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고사하고 대표성을 갖는 고유전체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며 "이번 연구처럼 활발한 고유전체 연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고대 사회 한국인들의 풍습과 유전적 구성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확장된다면 한국인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경북 경산시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 활용 프로젝트 학술 용역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한우물파기기초연구사업과 대학기초연구소지원사업(G-LAMP)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논문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9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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