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결정
환불 막힌 132억…납부분 반환받고 잔여 할부 소멸
청약철회권·할부항변권 인정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여행·항공권 등 상품을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에 대해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환급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판매사와 결제대행사(PG사)가 책임을 거부하며 막혀 있던 피해 구제에 대해 금감원이 카드사 환급이라는 새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132억 피해 구제 길 열렸다…"카드사가 할부금 환급"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8일 티메프 피해 소비자들이 카드사를 상대로 행사한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권(할부철회권)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카드사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장기간 지속된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24년 7월 티메프 사태 발생 이후 한국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100%), 판매사(90%), PG사(30%)의 연대 책임을 인정했지만 상당수 사업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조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판매사 106개사 중 62개사, PG사 14곳 중 10곳이 조정 결정을 불수용했고 조정이 불성립된 신청인 중 3800여명은 집단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해 4월 티몬·위메프에게 청약철회권 행사에 따른 대금 환급을 즉시 실행하도록 의결했지만, 티메프 파산으로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감원은 할부 결제에 주목했다. 또 소비자가 일시불결제가 아닌 할부결제를 한 경우에 할부거래법을 적용해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할부거래법 제8조 및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제12조에 따른 청약철회권이 인정될 경우 이미 납부한 할부금은 반환받게 되고 잔여 할부금 채무는 소멸된다.
금감원과 카드사 9곳에 접수된 여행·항공·숙박 상품 할부결제 관련 민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1696건, 분쟁금액은 132억2000억원에 달한다.
◆"서비스 못받았으면 환불"…분조위 판단 기준은
금감원은 대표 사례 2건 대해 분쟁조정하며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신청인 A씨는 해외 여행 상품을 약 494만원에 3개월 할부로 결제했지만 판매사가 티몬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것을 예상해 여행계약의 이행을 거절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한 A씨는 티몬을 통해 결제를 취소, 카드사에 대해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
쟁점은 청약 철회 가능 기간이었다.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는 계약서 수령일 또는 재화 공급일로부터 7일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재화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분조위는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공정위의 해석 ▲할부거래법의 개정 취지 ▲A씨가 청약철회에 이르게 된 특수한 사정 ▲대금 미정산의 위험을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할부거래법에서는 '시간이 지나 재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을 경우'에는 청약철회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분조위는 청약철회권의 입법 취지나 소비자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화(여행서비스)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청인 C씨의 사례에서는 철약철회권과 함께 '할부항변권'이 인정됐다. C씨가 구매한 항공권의 발권이 일방적으로 취소됨에 따라 정상적으로 채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D카드사에 대해 잔여할부금 채무를 면제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 결정은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개선 로드맵'과 후속 조직개편 이후 실시한 첫 조정 결정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위원회 운영을 전담하는 소비자권익보호국을 신설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하게 된다. 수용하지 않으면 당사자 의사에 따라 소송으로 가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을 토대로 다른 여행·항공·숙박상품 등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와 카드사 간의 사적 화해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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