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배우가 연기한 이렇게 강한 여성보스 보셨나요"

기사등록 2026/04/08 12:07:31 최종수정 2026/04/08 12:25:21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29일 개봉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한 기자회견 열려

살아 있는 전설 메릴 스트리프 첫 내한해

"70대 여성배우 이런 역할 거의 없잖아요"

앤 해서웨이 "이 영화 덕에 기회 얻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메릴 스트리프(왼쪽), 앤 헤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0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저처럼 70살 넘은 여성 배우가 이런 강인한 보스를 연기하는 건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이런 대표성을 가지고 연기하게 돼 기쁩니다."

◇77세 메릴 스트리프 다시 돌아오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이면서 동시에 최악이기도 한 직장 상사 '미란다'가 다시 돌아왔다. 바로 그 세계 최고 패션매거진 '런웨이' 편집장 말이다. 미란다가 20년만에 돌아오면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Meryl Streep·77) 역시 20년만에 이 영화로 돌아왔다. 200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나왔을 때 57세였던 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나온 2026년 77세가 됐다. 이 작품 홍보를 위해 처음 한국에 온 스트리프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자기 자신과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업계에서 여성이 50대가 넘어가면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문화에 덜 반영 되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미란다처럼 존재감 강한 캐릭터를 다시 보여주게 돼 행복합니다."

그러면서 스트리프는 애나 윈터와 최근 보그 매거진 표지 사진 촬영을 한 얘기를 했다. 윈터는 37년 간 미국 보그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미국 보그 CCO(최고콘텐츠책임자)로 있는 패션업계 전설. 미란다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49년생으로 스트리프와 동갑이다. "윈터와 저는 동갑입니다. 저희 둘을 찍어준 여성 사진작가 역시 저희와 동갑이었어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4.08. jini@newsis.com

◇신인에서 베테랑 된 앤 해서웨이 "이 작품 통해 많은 기회 얻었죠"

20년 세월을 건너온 건 스트리프 뿐만이 아니다. 20년 전 미란다에게 호되게 당하고 또 당했던 '앤디'도 돌아왔다. 그때 24살이었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44)는 이제 40대 중반이 됐다. 신인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이 영화는 제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이 영화 덕분에 정말 많은 기회가 생겼고, 다양한 문이 열렸습니다. 관객이 저를 사랑해준 덕분에 계속해서 다른 역할에 도전할 수 있었고, 그 도전 덕분에 전 행복해졌습니다." 해서웨이는 옆에 앉은 대배우를 추어올리기도 했다. "신인배우였던 제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우와 연기했던 겁니다. 그 경험이 저를 만들었고, 스트리프의 많은 부분이 제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앤 헤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08. jini@newsis.com

◇"1편은 아이폰 나오기 전 이야기였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전작에서 20년이 흐른 뒤 이야기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매거진 런웨이가 위기에 빠지고 미란다는 런웨이를 지키기 위해 20년만에 신임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와 손잡게 된다. 전작에서 미란다를 떠났던 앤디는 탐사보도 기자로 일하다가 미란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스트리프는 1편이 나왔던 2006년을 "아이폰이 나오기 전"이라고 짚으며 "스마트폰이 나온 뒤 모든 게 변했다"는 말로 전작과 후속작의 차이를 얘기했다. "저널리즘이 바뀌었고, 인쇄 매체의 모든 걸 바꿔놨죠.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마찬가지고요. 미란다는 이런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이 고민은 미란다만의 것이 아니죠. 기자로 일해온 앤디 역시 같은 상황입니다."

해서웨이 역시 "이 영화엔 디지털 혁명의 영향이 담기게 될 거다"고 했다. "캐릭터 관점에서 보면 앤디는 20년 전 사회 초년생이었죠. 이젠 자신의 기준과 관점을 가진 직업인입니다. 겸손하면서도 자신감도 있죠. 이제 앤디는 미란다의 수족이 아니라 잠재적 파트너가 됩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메릴 스트리프(왼쪽),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08. jini@newsis.com

◇제작비 10배 번 1편…2편도 성공할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편은 전 세계에서 매출액 3억2650만 달러(약 4800억원)를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제작비 3500만 달러였다. 국내에선 137만명이 봤다. 스트리프는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여성 관객 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했다. 2편 제작비는 1억 달러에 육박하는 거로 알려졌다.

"물론 여성들의 이야기인 것은 맞습니다. 주체적인 여성을 다루는 것도 맞죠. 하지만 동시에 미란다는 아주 못된 보스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젠더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바라는 건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끼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이 느끼고 싶은 걸 느끼는 겁니다. 전작처럼 아마도 남성 관객이 공감할 요소들이 많을 거예요."

해서웨이는 20년이 지나 기획 에디터로서 직장 상사가 된 앤디에 관해 얘기했다. "미란다와 달리 앤디는 친절함의 힘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에너지를 사무실로 가져오려고 하죠. 일을 잘하면서도 너그럽고 따뜻한 사람을 보게 될 겁니다. 아마도 관객은 이런 앤디에게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될 거예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08. jini@newsis.com

◇"스트리프가 연기하면 전 그저 감탄했어요"

20년만에 다시 맞춰본 연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스트리프는 대번에 "말 안 해도 돼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만큼 두 배우가 잘 맞았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해서웨이는 "스트리프가 연기하면 제가 감탄하는 거죠"라고 맞받았다. 스트리프는 "1편에선 제 캐릭터 때문에 동료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했다. 그게 참 아쉬웠다"며 "이번 현장은 생동감 넘쳤다. 저희 에너지가 다시 불붙고, 해서웨이를 완전히 성숙한 여성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기뻤다"고 말했다.

20년이 흐르기 전에 만났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물음에 스트리프는 "이 영화는 반드시 20년이 지난 후에 나와야 하는 작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해서웨이는 "1편이 끝난 뒤 함께한 배우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주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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