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통제의 역설…유가 묶자 휘발유 소비 '25% 급증'

기사등록 2026/04/07 05:30:00

최고가격 정하자 2주 만에 휘발유 판매량 24.7% 증가

인위적 가격 억제가 초과 수요 부를 것이란 우려 꾸준

"가격이 수요 억제할 만큼 높단 시그널 전달되지 않아"

"가격 높아지면 부담으로 인해 자연스레 수요 꺾일 것"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된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이 1900원을 넘기고 있다. 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48.40원, 경유 1939.13원으로 나타났다. 2026.04.05.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정부가 중동 사태 이후 국내 유가를 잡기 위해 시행한 '최고가격제'가 오히려 수요를 억제하는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도매가격을 2주 단위로 묶어두자, 향후 가격 인상을 예상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자극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2주차(9~15일) 25만7423킬로리터(㎘)였던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4주차에 32만1051㎘로 2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량도 35만2300㎘에서 40만9949㎘로 16.3% 늘었다.

정부는 지난 13일 정유 4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대해 1차 최고가격을 설정했다.

보통휘발유 리터(ℓ)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도매 상한가가 설정됐으며, 이에 소비자 판매가격도 즉시 반응했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첫 날 전국 주유소 1만646곳 중 43.5%에 달하는 4633곳이 휘발유 가격을 인하했다. 4821곳은 경유 가격을 낮췄다.
[청주=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아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처음 주문한 탱크로리 입하(탱크로리의 기름을 주유소 저장고로 옮기는 과정) 과정을 참관하고 있다. 2026.03.16. ppkjm@newsis.com

다만 문제는 국제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최고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격 기준이 되는 석유제품 가격(MOPS)는 지난달 20일 기준 각각 151달러, 223달러로 거래되는 등 전쟁 발발 전인 2월 말 대비 89%, 140% 폭등했다.

이에 따라 2차 최고가격은 1차 대비 ℓ당 210원씩 인상됐고, 주유소 판매가격도 2000원에 육박하는 등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가격 인상 전에 소비하려는 유인이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제도 시행 당시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가격상한 정책은 초과수요를 유발할 수 있으며 품귀, 대기행렬, 가격 획일화 등 비가격적 배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오는 9일 고시될 예정인 3차 최고가격이 2차보다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기적인 초과 수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최고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채워두려는 유인이 강해진 것"이라며 "가격이 수요를 억제할 만큼 충분히 높다는 시그널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초과 수요 현상이 중장기적으로는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 교수는 "실제 고유가분이 반영된 원유가 도입되는 5월부터는 최고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국제유가가 반영되면 가격 부담으로 인해 수요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역시 "어느 정도 수요를 채우면 사재기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휘발유 판매량이 32만㎘선까지 늘어났지만,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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