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시 위법 명령 거부 현실적 어려워"
"위계질서 필요하지만…軍 기본권도 보장해야"
"적법 명령에만 복종…위법 명령은 거부 가능"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인들이 위법·부당한 명령을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이 드러났다며, 군인의 위법 명령 거부 절차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국회에 계류 중인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군인복무기본법)과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는 명령 발령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적법한 명령을 해야 하며 수명자는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 대해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현행 군인복무기본법은 군인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강한 상명하복 문화로 인해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병력이 명령의 정당성을 충분히 판단하지 못한 채 동원된 사례를 계기로 위법·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드러났다고 인권위는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엔 군인의 위법 명령 거부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기준 총 14건 발의된 상태다.
인권위는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해 군의 위계질서와 명령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상 행동자유권과 양심의 자유 역시 군인에게 적용되는 기본권인 만큼, 복종 의무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와 독일·프랑스·미국·영국 등의 입법례를 종합하면 군인의 복종의무는 법률에 부합하는 명령에 한정되며 이를 벗어난 명령에는 복종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아울러 누구라도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군인이 위법 명령의 범위와 대응 절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헌법과 군인복무기본법, 계엄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교육·훈련을 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간부 양성 과정부터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법 개정을 통해 군의 위계질서와 명령 체계가 군인의 기본권 보호와 조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군 복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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