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업제품 2.7%↑…2년5개월來 최대폭
석유류(9.9%) 가격 급등하자 공업제품 상승폭 커져
반도체 수요 급증에 컴퓨터 12.4%·저장장치 49.9%↑
개인서비스 두달째 3%대 상승…승용차임차료 11.0%↑
향후 유가 영향 커질듯…공업제품·식품·서비스에 파급
환율, 나프타 등 수급난, 전쟁추경도 물가 자극 가능성
OECD·주요IB들 올해 韓 물가 전망치 일제히 상향조정
"중동상황 개선 없다면 5~9월 물가상승률 3% 웃돌 것"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공업제품 물가가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가 10% 가까이 상승했고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해 컴퓨터와 저장장치 가격도 큰 폭으로 뛰었다.
2월까지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웠다면, 4월부터는 유가 상승이 석유류 뿐만 아니라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 등에 2차·3차 파급 효과를 일으키면서 물가 불안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3월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지난 2023년 10월(3.6%)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공업제품 가격상승률은 연간 기준으로 2024년 1.5%, 2025년 1.9%를 기록했을 정도로 최근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오다 중동사태 발발 이후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경유(17.0%), 휘발유(8.0%), 등유(10.5%)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컴퓨터(12.4%)와 저장장치(49.9%) 가격도 급등했다. 또 운동용품(14.8%), 냄비(13.5%), 바디워시(12.1%), 손목시계(11.3%), 싱크대(12.3%) 등도 두자릿수 상승폭을 나타냈다.
공업제품과 함께 개인서비스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2월(3.5%)과 3월(3.2%) 두 달 연속으로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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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를 기록해 전월(2.0%)보다 소폭 올랐다. 석유류와 서비스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농축수산물(-0.6%)과 가공식품(1.6%) 등 먹거리 물가는 안정세를 찾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향후 물가는 상방 압력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동전쟁의 영향은 4월 이후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3월에는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9.9%에 그쳤지만 국제유가가 전쟁 전보다 50% 이상 오르면서 최고가격도 점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과 나프타·비료 등 원재료 수급난은 생산·수입 비용을 높여 공업제품과 식품은 물론 서비스 가격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월부터는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라 최근 크게 오른 국제항공료가 서비스 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또 중동사태 이전 1430~14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500원을 넘어선 것도 물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4월의 경우 국제항공료가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입 농축수산물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식과 가공식품, 공업제품 등에서도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p 상향조정했다.
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개사는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직전월 2.0%에서 2.4%로 0.4%p 올렸다.
JP모건은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에 이르고, 중동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5~9월에는 3%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26조2000억원 규모로 마련한 '전쟁 추경'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지난해 7월 20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분기(7월 2.1%, 8월 1.7%, 9월 2.1%) 안정세를 보이다 4분기(10월 2.4%, 11월 2.4%, 12월 2.3%)엔 다소 높아졌던 전례가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4월에는) 석유 제품 같은 경우 당연히 바로 영향을 받을것 같다. 2차·3차 파급효과가 있는 부분들도 상승 압력이 있을때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추경은 GDP갭이 마이너스인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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