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지난달 국회 통과
'발행자 30일 이내 디지털파일 제출' 의무
국회입법조사처 "이미 10~30일 이내 제출"
"현행 관행 추인 수준…적시 보급 어려워"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장애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학기 전 적기에 보급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기 보급을 위해서는 교과서 주문 시기를 앞당기고 편찬·검인정 기준에 접근성 요건을 포함해 구조적 비효율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장애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점자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제작해 학기 전 적기에 보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 장관이 발행자 등에 점자 교과용 도서 제작을 위한 디지털 파일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 파일 제출 기한을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해당 법안은 발행자가 디지털 파일 제출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미 발행자들은 요청일로부터 10~30일 이내에 파일을 제출하고 있고, 그럼에도 장애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서는 통권이 아닌 분권 형태로 학기 중에 여러 차례 제공되고 있다.
이에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30일이라는 기한 자체는 현행 관행을 추인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며 "그것만으로 교과서의 적시 보급이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7년 차 시각장애 교사인 김헌용 장교조 위원장은 "(개학한 지) 한 달이 다 됐는데 아직 1권밖에 못 받았다. 2단원까지만 있는 것"이라며 "부록이나 학습 활동지 등도 있어서 교과서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봐야 하는데 못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용 도서 적기 보급을 위해서는 주문 시기 자체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매 학기 사용할 교과서를 해당 학기 시작 4개월 전까지 주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기간만으로는 점자 교과서의 학기 전 보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점자 교과서를 보급하기까지 전 과정에 반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기 제작·보급 위한 수요 조사부터 발행자로부터의 디지털 파일 제공까지는 1학기의 경우 전년도 11월부터 당해 연도 1월 중에, 2학기는 4월부터 5월 중 진행된다. 디지털 파일이 제공된 뒤 점자 교과서 제작을 완료하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입법조사처는 "점자 교과서 등의 수요 조사에서 보급이 완료되기까지는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며 "디지털 파일의 제출 소요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만이 아니라 주문과 공급은 물론 편찬·검정 및 인정에 관한 절차가 전반적으로 개편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발행자가 편찬 또는 검·인정 신청 단계부터 장애 학생과 교원이 사용할 것을 예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는 발행자가 활자 인쇄본을 납품한 뒤 점자책 출판사가 집필자의 의도를 추정해 점자로 재구성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장교조는 "파일 제출 이후의 점역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려면 편찬 단계에서의 접근성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교과서 편찬 단계부터 점역 가능한 구조화된 디지털 파일(XML, EPUB 등) 제출을 의무화하고, 수식·도표·그래프의 대체 텍스트 작성 기준(KS X 1967)을 편찬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용 교과서·지도서의 제작 체계를 학생용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장교조는 "학기 시작 전까지 보급이 완료되도록 독립적인 제작 일정과 전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사의 전문성에 부합하는 수준의 점자 교과서와 지도서를 학생용과 별도로 제작하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575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