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개 사후규제 압박에…'금융 혁신' 벼랑 끝 위기

기사등록 2026/04/03 11:34:21 최종수정 2026/04/03 14:40:25

1·2금융권 구조 무시한 수수료 인하 추진

플랫폼 경쟁 약화 시 소비자 후생 '역효과'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26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5 개막행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11.26.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온라인 대출 중개 플랫폼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핀테크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금융권과 2금융권 간 구조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수수료 평준화 접근이 핀테크 기업들을 '데스밸리(Death Valley·생존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권과 플랫폼업계를 만나 2금융권의 온라인 중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금융당국은 평균 1.7% 수준인 저축은행 대출 중개 수수료율을 1.0% 초반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업권보다 저축은행의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가 높다 보니 합리화하려고 한다"며 "저축은행의 수수료를 내리면 서민 금리 인하 등으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등 1금융권은 고신용자 중심의 저위험 시장으로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 플랫폼 의존도가 낮다. 이에 따라 대출 중개 수수료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위험 시장으로, 플랫폼을 통한 고객 유입 의존도가 높다.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비교·추천 기능을 갖춘 플랫폼이 사실상 핵심 채널로 작용하며, 수수료율 역시 더 높은 구조를 갖는다.

이처럼 시장 구조에 따라 형성된 수수료 차이를 단순히 낮추거나 1금융권 수준에 맞추려는 정책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 수수료는 금융사 입장에서 추가 비용이라기보다 기존 오프라인 영업, 광고, 모집 조직에 투입되던 비용이 디지털 채널로 이동한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지점 운영비 절감과 고객 획득 효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플랫폼 수익 기반에는 직격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플랫폼 산업은 초기 투자 이후 수수료 수익으로 이를 회수하는 ‘J-커브형’ 성장 구조를 갖고 있는데, 수익 구간 진입 시점에서 규제가 가해질 경우 성장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중개를 주력 사업으로 전개하는 핀테크 기업의 경우 많게는 중개 매출의 80~90%가 2금융권 대출에 몰려있어 타격이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는 수수료 규제가 시행될 경우 관련 매출이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1인당 연간 평균 169만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출 1000만원 기준 수수료율 0.7%포인트 인하에 따른 금리 절감 효과는 월 약 3000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격 개입은 시장 실패가 있을 때 정당화되는 것인데, 현재와 같이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경쟁 환경을 위축시키는 방향의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며 "플랫폼을 통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금리 인하와 소비자 서비스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플랫폼은 여러 금융사의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저신용자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기술을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금리 인하 문제에 접근해 금융 소비자 편익을 확대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플랫폼 창구가 사라지면 저축은행들은 과거처럼 고비용 오프라인 대출 모집인이나 스팸성 광고에 다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출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부메랑이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마이데이터 사업의 실패를 답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2년간 LG유플러스, NHN페이코 등 9개 기업이 막대한 수수료(API 과금) 부담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반납한 이력이 있다. 이용자가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고비용·저수익' 구조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혁신을 장려했다가 성과가 나오니 규제로 발목을 잡는 사후 규제가 반복된다면 대한민국에서 토스 같은 혁신 핀테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핀테크의 수익 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중·저신용자의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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