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는 '인재'…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

기사등록 2026/04/02 11:30:00

중앙기둥 하중 과소설계…단층대 미인지·안전관리계획 미준수

정부, 지반조사 및 중앙기둥 안전관리 강화…고발·행정처분키로

[광명=뉴시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지난해 4월 경기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 사고는 설계·시공·감리의 모든 단계에 걸쳐 기본을 무시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방안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가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조위 위원장인 손무락 대구대 교수는 "설계·시공·감리 단계별 부실 및 부적정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설계 단계에서 설계사인 ㈜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와 ㈜단우기술단은 2아치터널의 핵심 부재인 중앙기둥을 3m의 간격으로 설치해야 했지만 이를 간격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잘못 계산했다.

이로 인해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2.5배 작게 계산해 중앙기둥의 버티는 힘이 부족한 결과를 초래했다. ㈜대한콘설탄트와 ㈜동일기술공사의 설계감리가 진행됐지만 이러한 설계오류는 걸러내지 못했다.

사고 발생 7개월 전인 2024년 9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은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변경을 했으나 이 때에도 설계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중앙기둥의 제원과 철근량 등을 동일하게 유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반 조사와 시공(터널 굴착) 과정에서는 지반 강도를 저하시키는 동시에 중앙기둥에 과다한 하중으로 작용하는 사고 구간 내 단층대를 파악하지 못했다.

시공 중에 지반 분야 기술인이 1m마다 '막장'(터널 굴착면의 끝부분)을 직접 관찰해야 하지만 일부 작업에서 이를 사진 관찰로 대체했고, 이마저도 자격 미달자가 관찰했던 탓이다. 시공사가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상 막장 관찰은 실무경력 5년 이상 고급기술자가 하게 돼 있다.

사조위가 2아치터널 종점부 막장을 관찰한 결과, 종점부 암반 등급이 '연암~풍화암'으로 확인돼 설계 암반선인 '연암'에 비해 불량했지만 암판정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공종별로 실시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은 사고 발생 열흘 사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터널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은 착공 후 사고가 난 날까지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시공사는 또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는 등 균열관리를 실시하지 않았고, 중앙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콘크리트 균열·변형 등 중앙기둥 파괴의 전조 증상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도서에 제시된 터널 시공 순서를 '터널굴착→강관 보강 그라우팅→강지보 설치→숏크리트 타설'로 변경하면서 시공사는 시공감리단장의 승인만 받은 채 구조적 안전성도 확인하지 않았다. 당초 설계도서에 제시된 순서는 '터널굴착→강지보 설치→숏크리트 타설→강관 보강 그라우팅'이었다.

설계도서상 중앙터널의 좌·우측 터널 굴착 시 좌·우측 터널의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하면서 시공하도록 했으나 실제 시공 시에는 최대 36m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시공감리를 맡은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와 ㈜삼보기술단, ㈜서현은 발주자인 넥스트레인㈜에게 실정보고를 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건설산업기본법'을 어기고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 발주자의 서면 승낙 없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 위원장은 "설계 시 하중 계산 오류로 인해 2아치터널 중앙기둥의 구조적 안정성이 부족한 상태였는데다 부적정한 시공 관리로 인해 중앙기둥 및 터널이 붕괴에 이른 것"이라면서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지반 조사와 중앙기둥 안전관리 기준·절차를 강화하도록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조위의 제안에 따라 설계 시 시추 조사를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보다 촘촘히 해 지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 막장 관찰자의 자격은 토질·지질분야 중급기술자로 상향하고, 막장 관찰 결과는 고급기술자 이상인 감리자의 확인을 의무화한다.

시공 단계에서 다중 아치 터널의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조사는 정기조사와 함께 추가조사를 실시하도록 보완하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통해 계측 관리는 강제한다. 터널 공사 중 총 3회 실시하는 정기안전점검도 터널의 구조와 주변 지반 여건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수사 기관에 고발하고 벌점·과태료·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추진한다.

[서울=뉴시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 발생 후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 = 국토교통부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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