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유예 발언 번복에 시장 반응 둔화…신뢰도 약화
4월 6일 협상 시한 분수령…"협상·재연장·군사확대 가능성"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화·유예 발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던 글로벌 증시가 최근 들어 동일한 패턴의 발언에도 반응 강도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시장이 트럼프발 변동성에 학습 효과가 발생해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피' 흐름을 반복해왔다. 이런 흐름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전쟁이 거의 끝나간다"는 발언을 내놓자 코스피는 다음 날 5%대 상승했고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에게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내놓자 코스피는 6%대 급락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트럼프 발언→시장 급등락' 공식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발언 강도에 비해 시장 반응이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지 않거나 상승·하락폭이 제한되며 영향력이 약화되는 흐름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란으로부터 원유·가스 관련해 큰 선물을 받았다"고 언급했음에도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으며 코스피도 1%대 상승률만 보였다.
또 27일(현지시간)에는 4월 6일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고 열흘 간 발전소 타격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렸고 코스피 역시 3개월 가량 하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이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의 초점이 트럼프 발언에서 유가와 물가, 금리 등 거시 변수로 이동한 데다 발언에서 일관성이 사라지면서 신뢰도까지 낮아졌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단순한 시장 피로가 아닌 '변동성 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여전히 단기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만 반복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약화되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에서는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가 연속되고 있지만 그 효과의 한계효용 체감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인내심이 점점 소진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4월 6일이라는 시한은 불확실성을 더하는 기점이 되기보다 실마리를 찾게 되는 이벤트로 기능할 수 있다"며 "협상 프레임워크 구성, 유예 재연장, 에스컬레이션(군사확대)의 세 갈래 시나리오 중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시장 변동성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치를 밑돌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등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금리 인하 기대를 제한하는 환경"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리스크오프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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