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가격 정체에…'터보퀀트'·중동 리스크
수요·비용 압박에 '피크아웃' 논란 점화
삼성·SK하이닉스 1분기 합산 영업익 80조 전망 등장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슈퍼사이클'에 진입 기대에 부풀었던 국내 반도체 산업이 최근 안팎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멈추며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중동 분쟁에 노사 갈등 변수에 '터보퀀트(TurboQuant)' 쇼크까지 더해져 업황 불확실이 커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반된 흐름이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3달러로 전월과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파르게 오르던 가격 그래프는 1분기 가격 협상 마무리와 중동 분쟁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에 11개월 만에 멈춰섰다.
업황 불확실성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대목이다. 특히 구글이 최근 공개한 '터보퀀트' 알고리즘은 수요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메모리 효율을 극대화해 필요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 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면 그동안 시장을 견인해 온 빅테크들의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비용을 압박한다. 미국과 이란 등 중동 분쟁 여파로 반도체 세정의 필수품인 헬륨 공급망 차질 우려도 생겼다.
우리나라는 카타르산 헬륨 의존도가 60~80%에 달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되면 고스란히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내부적으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며, 5월 총파업 리스크까지 가중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향해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 전망은 3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약 198조원, SK하이닉스가 163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가격이 정체된 범용 제품과 달리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은 여전히 공급자가 주도권을 쥔 시장이라는 점이 꼽힌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주요 빅테크들과 내후년 물량까지 아우르는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없어서 못 파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범용 제품의 단기적 가격 변동이 전체 수익성을 저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논란이 된 '터보퀀트'도 장기적으로는 AI 서비스 운영 비용을 낮춰 생태계의 폭발적 확장과 이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의 신규 수요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동 분쟁에 따른 원가 우려에 대해서도 전날 반도체협회는 "헬륨, 브롬화수소 등 필요 원자재의 일정 수준 재고를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며 수급 차질 우려를 일축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메모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터보퀀트는 장기적으로 수요 진작 요소"라며 "최근 업황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했다.
업계의 시선은 1분기 성적표로 향하고 있다. 이번 실적은 단순히 이익 규모 확인을 넘어 대외 원가와 계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했는지 파악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역대 최대인 40조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익은 38조원에 이를 것이란 파격적인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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