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 '정년 후 재고용' 확산
신입 초임 수준…인건비 부담 줄어
"청년 일자리와도 균형 맞을 수 있어" 해석도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근로자를 신입 초임 수준의 조건으로 일정 기간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로자 역시 업무 부담은 줄이고,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 개시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베테랑 시니어 인력 확보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정년 후 재고용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일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LG전자 외에도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신입 초임으로 숙련 근로자 계약…인건비 부담 줄어
기업들은 근로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근로자를 신입 초임 수준의 조건으로 일정 기간 고용할 수 있는 만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년을 연장하면 기존 근로조건도 그대로 연장돼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면 보통 신입 초임 수준이나 정년퇴직 직전 임금의 몇 퍼센트 등으로 계약하게 돼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65세까지 근무할 경우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매년 0.1%포인트(p)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65세까지 계속근로가 가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은 0.9~1.4%p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기존 소득공백 기간(60~64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6년 정년연장의 경험과 일본 사례 등을 고려하면 향후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년을 앞둔 근로자 입장에서도 정년 연장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의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 법제화는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데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 소득 공백이 생긴다"며 "당장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보다 임금은 좀 낮더라도 계속 근무했던 사업장에서 일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AI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자료 조사나 보고서 작성 등 신입 인력이 담당하는 단순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캐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신입 채용 공고수는 전년(1438건) 대비 647건(45%) 감소한 791건에 그쳤다.
특히 신입 채용 공고는 특정 업종이 아닌 전 산업에서 동시에 하락했는데, 경기 불확실성과 AI 도입 확산이 맞물리며 일부 산업의 부진을 넘어 채용 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기초 코딩 등 이른바 '엔트리(Entry) 구간' 업무를 AI가 효율적으로 대체하면서, 기업이 신입 인력을 채용해 직접 육성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신입 인력에 대한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이같이 신입 채용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년 후 재고용은 청년 일자리와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과 '정년 후 계속고용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우재준 의원은 개회사에서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해 "정년을 앞둔 근로자의 숙련된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기업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층 선호 일자리와도 충돌하지 않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보통 대기업 신입 초임은 30년 이상 근무한 중장년 근로자 연봉과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정년 연장이 아닌 재고용 방식을 활용하면 임금 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신규 채용 확대에 있어 조금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베테랑 시니어 인력 확보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정년 후 재고용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생산 현장에 적용되면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AI나 로봇이 지금 당장 현장에 투입돼 일을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청년들은 줄어들고, 고령 근로자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고령 인력을 확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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