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는 간판에 '○○피부과 의원' 사용
전문의 아닐경우 '진료과목 피부과' 표기
31일 의료계와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에서 피부를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은 1만5000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피부과 전문의(2950명)'가 운영하는 1차 의료기관은 1516곳이다. 피부를 진료하는 동네 병원 10곳 중 9곳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개원을 한 셈이다.
피부과 전문의는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1년간의 인턴의사 기간을 마친 후, 피부과 전공의라는 4년간의 피부과 전문 임상 수련 과정을 마치고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말한다.
다만, 일반인들이 피부과 전문의와 일반의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21%가 비전문의를 전문의로 오인하고 진료를 받았으며, 사실을 인지한 후 느낀 불쾌감은 3.86점(5점 만점)였다.
국내에서 피부과 전문의는 간판에 '○○피부과 의원' 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전문의가 아닐 경우에는 '○○피부&에스테틱' 또는 '○○스킨클리닉' 같은 명칭과 함께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동네 의원은 '진료과목 피부과'에 '진료과목'을 매우 작게 표기해 혼돈을 주고 있다. 또 검색포털 등에서도 피부과는 광고와 마케팅에 자본을 투입한 비전문의 기관이 상단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대한피부과의사회의 판단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비전문의도 '진료과목 피부과'를 표기할 수 있지만, 이는 국민의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국민 대부분은 간판에 '피부과' 세 글자가 적혀 있으면 당연히 전문의 병원이라 믿는데, 실제로는 전문의가 없는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피부 시술 후 부작용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실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이나 악성 흑색종 등을 단순 점으로 오인해 레이저로 없애려다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니 피부암으로 밝혀진 사례도 있다. 피부 생리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필러 시술로 인한 실명이나 레이저 오남용으로 인한 화상 등도 보고되고 있다.
피부과의사회는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수련을 거치는 피부과 전문의 수준의 교육 체계가 전제돼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며 "피부과 전문의는 단순한 시술을 넘어, 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부작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역"이라고 말했다.
피부과 진료를 '미용'으로만 치부하는 편견을 깨고, 질환 중심의 '필수 의료'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부 질환은 피부암, 자가면역질환, 전신질환의 전조증상인 경우가 많다. 전문 지식이 부족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피부과의사회는 "아토피, 건선, 피부암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피부과' 영역의 수가를 현실화해 전문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난치성 질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 사례처럼 의대 졸업 후 최소 2년 이상의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는 '개원면허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의과대학 졸업 직후 충분한 임상 수련 없이 단독 개원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환자 안전에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며 "실제로 미국은 3년, 영국·일본·캐나다는 의대 졸업 후 최소 2년 이상의 엄격한 임상 수련을 거쳐야만 독립 진료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졸업 직후 수련 없이 곧바로 단독 개원이 가능한 구조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필수 교육 이수제를 마련해 대만 등의 사례처럼 미용 시술을 시행하는 일반의에게도 일정 시간 이상의 강의 이수와 평점을 요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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