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분기 내 재편 마무리' 방침에도 지지부진
美-이란 전쟁으로 수급 문제 이어지며 위기 심화
울산, 에쓰오일 대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큰 난관
여수 2호, LG화학-GS칼텍스 합작사 설립 논의 계속
기업들은 최대한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견과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재편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과 여수 2호 석화 산업단지(산단) 내 대상 기업들은 아직 최종 사업 재편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주요 석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1분기 내 재편 계획 제출 마'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원유와 나프타(납사) 등 주요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고객사에 수급 차질에 따른 불가항력 고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울산 산단의 경우 에틸렌 생산 감축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재편 논의를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은 연간 약 174만톤(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중 기계적 준공 예정인 에쓰오일의 대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약 180만t의 추가 생산이 예정돼 있어, 정부의 감축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에쓰오일 측은 샤힌 프로젝트가 정부의 감축 방침 이전부터 추진된 신규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괄적인 감축보다는 경쟁력이 낮은 노후 설비를 우선 정리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준공된 최신 설비 대신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기존 공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기존 설비만 감축할 경우 에틸렌 생산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신규 설비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감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수 2호 산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LG화학이 GS칼텍스에 합작사 설립을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구조조정 방향을 둘러싼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명확한 시한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조속한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각 기업의 입장이 크게 달라 대승적 결단 없이는 빠른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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