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야외 데크, ‘모두의 공간’으로…오로즈코 정원 공개

기사등록 2026/03/30 16:19:55

한국 자연과 국제 현대미술의 결합

수직 조각에서 수평 정원으로 전환

리움미술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_항공 전경.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위를 올려다보던 조각이, 이제 발밑으로 내려왔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가 ‘조각 정원’에서 ‘경험하는 정원’으로 전환된다. 세계적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64)가 구상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이 4월 3일부터 공개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리움이 2004년 개관 이후 처음 시도하는 정원 형태의 커미션 작업이다. 건축과 자연, 조각과 공공 경험이 결합된 환경으로, 기존의 야외 조각 정원 개념을 확장했다.

리움 야외 데크는 지난 20여 년간 알렉산더 칼더, 루이즈 부르주아, 아니쉬 카푸어 등 세계적 작가의 대형 조각이 자리해온 공간이다.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기념비적 조형물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정원은 그 흐름을 수평으로 전환한다.

오로즈코의 정원은 ‘무엇이 놓이는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이 걷고 머무는 환경’으로 탈바꿈한다.

리움미술관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_동측 전경.©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작업은 작가가 10여 년간 이어온 정원-조각 프로젝트의 세 번째이자 확장된 형태다. 런던 사우스 런던 갤러리,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 프로젝트를 거쳐, 서울에서 그 흐름이 완성됐다.

특히 이번 정원에는 동아시아 전통 개념인 ‘세한삼우(소나무·대나무·매화)’가 도입됐다. 화려함보다 지속성, 스펙터클보다 인내를 강조하는 구조다. 세한삼우의 ‘벗’이라는 개념처럼, 정원은 함께 머무는 공공 공간으로 설계됐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정원, 2026, 대나무 숲. ©가브리엘 오로즈코.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정희승  *재판매 및 DB 금지


약 500평 규모 데크에는 원형 기하학 패턴이 펼쳐지고, ‘플라자 1~10’으로 구성된 공간마다 서로 다른 식재와 구조가 적용됐다. 바닥에는 보령석이 사용됐고, 기존 목재는 외벽으로 재활용됐다. 소나무 17주, 매화 11주, 대나무 약 1500주가 심어져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드러낸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화려한 기념비 대신 지속되는 시간과 인내를 보여주는 작업”이라며 “이 정원은 천천히 변화하는 예술의 시간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은 미술관 개관 시간 동안 무료로 개방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_photo by Ana Hop *재판매 및 DB 금지

◆가브리엘 오로즈코는?
1962년 멕시코 베라크루즈 주 할라파에서 태어나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와 스페인 마드리드 시르쿨로 데 베야스 아르테스에서 수학했다.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일상적 사물과 상황에서 출발한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완결된 결과물보다 과정과 질문에 가깝고, 반복되는 기하학적 구조와 일상의 재료를 통해 관람자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런던 테이트 모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와 도쿠멘타에도 참여했다.

2016년 런던 사우스 런던 갤러리에서 첫 정원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2019년에는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 마스터플랜을 총괄하며 조각과 환경을 결합한 작업을 확장해왔다. 현재 도쿄, 멕시코시티,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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